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LG 켈리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켈리는 9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등판, 5회까지 투구수 86개로 4안타 3볼넷을 기록했다. 1회초 1사 2루에서 하주석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리드를 빼앗겼지만 1회말 팀 타선이 저스틴 보어의 만루포 포함 6득점 빅 이닝으로 켈리를 넉넉하게 지원했다. 안정을 찾은 켈리는 이후 4이닝 동안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KBO리그 신기록이다. 지난해 두 번째 등판이었던 5월 16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6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48경기 연속 5이닝을 채웠다. KBO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 부문 종전기록은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이 KIA 타이거즈 소속이던 2017년 6월 9일 광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부터 2018년 9월 21일 광주 NC 다이노스전까지 달성한 47경기였다. 켈리는 이를 한 계단 더 높였다.
이날 전까지 켈리는 5이닝 투구를 이어온 47경기서 291이닝을 책임지며 23승12패, 평균자책점(ERA) 3.1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ERA 3위. 마운드에 있을 때 득점지원이 3.09점에 불과했음에도 자신의 힘으로 마운드를 지켜왔다.
선발투수가 승리를 챙기기 위한 최소요건인 5이닝이라도 이를 2년 가까이 유지했다는 자체가 대단하다. 여기에 기록을 조금 더 뜯어보면 켈리의 위엄이 드러난다. 정작 5이닝 투구는 7경기뿐이며, 남은 40경기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완봉승(2020년 10월 9일 잠실 NC전) 한 차례가 있으며, 7이닝 투구도 12차례에 달한다.
장기 레이스를 치르다보면 이유가 개인사든 야구든 몸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선발투수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임무를 다했다. 켈리의 신기록은 숫자 이상의 가치가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