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쌍둥이 자매와 배구협회의 논리대결, 그리고 거짓말

입력 2021-09-12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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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KOVO

배구계의 핫이슈였던 쌍둥이 자매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승인 공방의 끝이 보인다.

그동안 대한배구협회(KVA)의 ITC 발급승인 거부발언에 일절 대응하지 않던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법률대리인은 ITC 발급기간이 되자 “국가대표선발 무기한 제외와 ITC 발급승인 거부결정의 근거와 소명기회 등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회의록 등 관련문서 유무”를 묻는 내용증명을 8일 협회에 보냈다.

협회는 9일 보낸 답변서에서 “자매는 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이 없고 국가대표 선발 무기한 제외와 ITC 발급승인 거부는 협회의 규정에 따랐다. 두 선수의 소명은 학교폭력 논란 중에 이미 시인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2월 15일 협회의 학교폭력 입장문 발표 뒤(23일)에 열었다고 했던 이사회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자매의 해외이적을 추진하는 터키의 에이전트회사(CAAN)는 9일 배구협회에 ITC 발급승인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배구협회는 10일 FIVB의 ITC발급 담당부서와 그리스배구협회, 그리스 PAOK 팀으로 승인거부 이유가 담긴 메일을 보내며 대응했다.

이제 양측의 주장은 확연하게 드러났다. 남은 것은 누구의 주장이 더 타당한가 여부다.

아리나 페도로프체바. 사진출처 | FIVB


FIVB는 이적 분쟁이 발생하면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최종결정을 내려왔다. 최근 러시아 배구협회와 아리나 페도로프체바(17) 사이에 발생했던 이적분쟁도 일찍 결말이 났다. 러시아배구협회는 ‘미성년자 선수의 국제이적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내규를 이유로 ITC 발급승인을 거부했다. 페도로프체바와 계약한 터키 페레르바체는 FIVB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결말은 예상대로였다. FIVB는 협회의 내부규약보다는 선수의 권리가 앞선다고 판단했다. 오랫동안 배구계에 종사한 사람이라면 이런 계약분쟁에서는 선수가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배구협회가 망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다른 이유가 숨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흥국생명은 의미심장한 말을 들려줬다. 흥국생명은 6월 30일 한국배구연맹(KOVO)의 선수등록을 앞두고 오한남 회장에게 “사실관계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배구협회가 공정한 일처리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했던 당시 두 선수는 대한배구협회 소속이었고 많은 관련 당사자 가운데 이들을 지도했던 감독 코치 3명만에게라도 당시 내용을 들어본 뒤 결정을 내렸더라면 깔끔했겠지만 어찌된 일인지 하지 않았다. 오 회장은 “수사권이 없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전 국민의 관심사였고 대통령 등 정치권에서조차 언급했던 사안이었기에 사법당국에 수사를 부탁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이번 공방의 숨겨진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동아DB


결국 오한남 회장은 이 일로 시민단체의 고발을 당했는데 경찰의 출석요구를 계속 미뤄왔다. 협회 관계자는 “내가 담당 경찰을 만나 설명했고 그 자리에서 경찰이 무혐의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9일 스포츠동아에게 얘기했다. 반면 시민단체의 말은 달랐다. “담당 경찰에 확인했더니 회장은 아직 조사를 받지 않았고 협회는 ‘우리가 징계권한이 없는데 무슨 징계냐’면서 ‘규정대로만 했다고’ 경찰에 말했다고 한다. 또 무혐의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무혐의 결정과 관련해 협회와 경찰 누군가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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