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영표. 스포츠동아DB
고영표의 최근 페이스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2년간 군 입대로 공백이 있었음에도 올 시즌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그는 체력적 부담이 따를 만한 페넌트레이스 막판에 오히려 더 뛰어난 결과를 내고 있다. 9월 4경기에서 연속 8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작성했다. 최고의 이닝이터다. 9월 눈부신 투구를 이어간 덕분에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 전체의 투수들 중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96으로 가장 낮다. 0점대의 WHIP를 기록 중인 투수는 고영표가 유일하다.
KT 이강철 감독은 2020도쿄올림픽 참가가 고영표의 최근 역투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영표는 올 시즌의 인상적 활약을 바탕으로 야구대표팀에 발탁돼 도쿄올림픽에 다녀왔다. 이 감독은 “최근 몸쪽 승부를 잘하는 덕분인지 결과가 나온다. 대표팀에서 양의지(NC 다이노스)와 호흡을 맞춰 타자 몸쪽을 활용하는 승부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며 “팀에 돌아와서도 몸쪽 승부를 적극 펼치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상하좌우를 모두 활용하고, 포수의 사인대로 공도 잘 들어온다”고 칭찬했다.
KT 고영표. 스포츠동아DB
이 감독의 평가대로 타자와 승부가 수월해지니 투구수도 많지 않았다. 9월 4경기 동안 투구수는 총 405개였다. 최근 3경기에선 연속 100구를 넘겼지만, 8이닝 이상씩을 책임지면서도 110개 이상의 공을 던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시즌 중반까지 간혹 나왔던 몸에 맞는 볼도 9월 들어선 사라졌다. 이 감독은 “최근 많이 던지고 있어 피도로가 있을 수 있지만, 투구수가 많지 않고 본인도 던지고 싶어 해 만류하지 않고 있다. 야구가 잘 되고 있어서인지 자신감도 엄청나다. 감독 입장에선 여러모로 고맙다”고 말했다.
“워낙 부드러운 투구폼을 갖춰 부상에 대한 우려가 큰 편은 아니다”고 설명한 이 감독은 “당장 포스트시즌이 벌어진다면 첫 경기 선발투수로 고영표를 내세우지 않으면 감독이 오히려 욕을 먹지 않겠느냐”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