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7958일만의 검거 ‘제주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입력 2021-10-02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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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2019년 그알 제작진에게 제주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관련 제보자로 나선 이후 오히려 용의자 신분으로 검거된 김 씨에 대해 알아본다.

사건발생 21년 9개월, 7958일 만의 검거

지난 8월 18일, ‘제주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 씨가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됐다. 故 이승용 변호사는 1999년 11월 5일 새벽, 제주 북초등학교 인근 자신의 차량에서 피살당한 채 발견되었다. 그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감과 약자들을 위한 배려심이 가득한, 검사 출신 변호사였다.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범인을 찾지 못하고 미제사건으로 끝났다. 노력과 우연이 겹쳐 발생한 기적,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약 21년 9개월, 일수로는 무려 7958일 만의 용의자 검거였다.

김 씨는 캄보디아에 불법체류 중이던 지난 2019년,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스스로 제보했다. 그는 본인이 이승용 변호사 살인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며 제작진을 만났고, 범행과 관련한 인터뷰에도 응했다. 사건 당시 제주 폭력 조직 유탁파의 행동대장이었던 김 씨는 두목으로부터 ‘이승용 변호사를 혼내주라’는 지시를 받은 뒤, 다른 조직원인 ‘갈매기’에게 이 지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일을 위임받은 ‘갈매기’가 우발적으로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김 씨의 자백을 심층 분석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이승용 변호사 살인 사건을 두 차례에 걸쳐 방송했다. 그런데 제작 과정에서 만난 범죄심리학자들은 입을 모아 놀라운 사실을 지적했다. 그것은 제작진에게 제보한 김 씨가 이승용 변호사의 살인 사건 현장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었다.

극적인 반전, 번복된 진술

이런 내용이 방송되자, 이후 수사기관에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협조 요청을 해왔고, 제작진이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수사가 새롭게 진행되었다. 첫 방송 직후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김 씨는, 범행을 부인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공소시효 다 지났고 뭐했고!

내가 죽였다고 내가, 내가 범인이라고 해도

지금 나를 처벌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 피의자 김 모 씨

실제로 1999년 11월 5일 발생한 ‘제주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 4일까지였다. 김 씨는 사건의 공소시효를 철저히 계산 후 자백했다. 하지만 그는 방송 이후 인터폴에 적색수배 되었고, 결국 지난 6월 캄보디아 시소폰 검문소에서 체포되었다.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이라면, 김 씨는 어떻게 1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수배자가 되었던 걸까?

극적인 반전 끝에 김 씨가 어렵사리 검거되었지만, 조사 과정에서 그는 자백과 부인을 반복하며 진술을 여러 번 바꿨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김 씨를 결국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약 22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이승용 변호사 살인 사건, 오랜 시간이 흘러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검찰은 그의 범행을 확신했던 것. 과연 그 날의 진실을 알려주는 단서는 무엇이었을까?

16시간의 기록, 살인범의 자백

“지금 가장 강력한 증거는 그 방송 화면이에요.

방송에다 대고 스스로 범행을 자백하고 나온 거잖아요. 공소시효 끝난 줄 알고.

이런 경우는 전무후무합니다.”

- 도진기 전 부장 판사 인터뷰 中

전문가들은 김 씨가 ‘그것이 알고 싶다’ 카메라 앞에서 직접 진술한 인터뷰 내용 그 자체가 이례적으로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작진과 김 씨가 이야기를 나눈 촬영 및 녹음파일은 10시간이 넘는 13번의 통화와 5시간가량의 인터뷰를 포함해 자그마치 16시간 분량에 달한다.

제작진의 카메라에 자세히 기록된 김 씨의 진술 중, 그의 살인 혐의를 입증해줄 보다 강력한 자백은 무엇일까? 제작진은 16시간에 이르는 기록을 면밀히 검토했다. 그 결과,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에 관한 그의 진술이 예사롭지 않음을 발견했다.

사건 당시 부검 결과, 이승용 변호사는 ‘흉기’로 공격당했고, 범인이 사용한 흉기는 웬만한 것으로는 뚫기 어려운 흉골을 지나 그의 심장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제작진과의 인터뷰 도중,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얇고 좁게 갈아낸 칼이라고 설명하며 손수 그림을 그리기까지 했는데... 그 모양은 놀랍게도 시신에 남은 상처의 형태와 매우 흡사했다. 김 씨의 주장대로라면 자신은 사건 현장에 있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흉기의 형태를 그토록 자세하게 알 수가 있던 것일까? 과연, 이승용 변호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흉기와 김 씨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예리한 증언, 겨누어진 진실

숨겨진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김 씨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닌 제작진. 제작진은 취재 도중 어렵게 만난 제보자들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씨가 이와 비슷한 칼을 가지고 다닌 걸 봤다는 목격자들이 있다. 심지어 그들 중 일부는 김 씨로부터 그 칼을 이용해 직접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정말 김 씨는 제보자를 위협했던 그 칼로 22년 전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한 걸까?

“많이 간 자리는 그게 반짝 반짝 반짝 하거든요. 근데 이 칼이 그랬거든요.

갈치 은빛 색깔 나는 것처럼 이렇게 여기 전체가 반짝반짝 거렸어요.

‘정말 많이 갈았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제보자 인터뷰 中

한편, 제작진은 김 씨의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싣게 하는 또 다른 증언들도 들을 수 있었다. 김 씨로부터 ’사람을 죽였다‘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김 씨가 자신의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신뢰할 만한 수많은 증언이 가리키는 그 날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카메라 앞에서 자백 한 김 씨, 그가 진짜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살인을 의뢰한 배후에는 과연 누가 있는 것일까?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캄보디아 현지 취재 및 주변 탐문을 통해 피의자 김 모 씨의 행적을 파헤치고, 제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김 씨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는 무엇인지 고민한다. 또한 3D 애니메이션과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22년여 전 사건 현장을 과학적으로 재현하고 분석하며, ‘제주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인지 추적한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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