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강정현 작가 ‘그 섬에 네가 닻을 내리면’

입력 2021-10-05 1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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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24일 마포 플레이스막1에서 전시
-길고양이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삶과 관계’
-“삶이 무거운 분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생명의 힘이란 결국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길고양이들은 제게 삶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쳐 주었고, 스스로 그 마음(생명의 힘)을 저버리지 않도록 용기를 주었습니다.”


‘삶과 관계’를 주제로 힘이 느껴지는 색과 터치의 작품을 선보이며 국내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작가 강정현(33)의 전시가 10월 13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마포 플레이스막1에서 열린다. 2015년 개인전 ‘그들 속의 나(Me, amongst others·가나아트스페이스)’를 개최했던 강 작가의 이번 전시 타이틀은 ‘그 섬에 네가 닻을 내리면’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길고양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작가는 ‘두식이’라는 이름의 반려묘를 키우는 ‘집사’이기도 하다.


예기치 않게 건강을 잃은 작가는 회복을 위해 공원으로 운동을 다니는 중 다수의 길고양이들을 만나게 된다. 고양이들의 얼굴을 모두 익히게 되었을 무렵 작가는 이들이 하루하루 생명을 위협 당하는 삶 속에서도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새삼 메마른 마음이 더 큰 몸의 고통을 불러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두식이는 어미를 잃고 길에서 죽어가던 중 구조된 아기 고양이였다. 요도에 결석이 생겨 신장이 부풀어 오르고, 선천적으로 콩팥이 하나뿐인 기형으로 태어난 두식이는 다행히 수술을 받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강 작가는 “아픈 몸으로 아픈 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지만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책임지게 된 순간부터 나의 내면이 전보다 단단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열심히 놀고, 먹으며 늘 명랑하게 지내는 두식이는 작가의 일상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두식이의 생활’ 시리즈는 이런 두식이의 일상을 포착해 작업한 결과물이다.

길고양이들의 이야기이자 모든 존재에 관한 이야기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그 섬에 네가 닻을 내리면’이다. 타이틀에서 발견되는 키워드는 ‘섬’, ‘너’, ‘닻’이다. 이 세 개의 키워드는 길고양이들과 두식이의 생활모습을 통해 표현된다. 강 작가는 “작품의 주제를 상징적인 이미지를 사용해 드러내기보다 한 순간에 잡아낸 고양이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냄으로써 나타내고자 했다. 이번 전시가 ‘삶과 관계’를 다루고 있는 만큼 작품들은 나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 고양이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소외되어 있던 작가의 마음속에 닻을 내린 길고양이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이 세상에 잠시 정박해 있다가 돌아가는 모든 존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의 마음은 길고양이들을 만나면서 비로소 다른 존재들과 이어질 수 있었다.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은 즐겁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작품 속에서 드러나듯 저는 그러한 삶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 즉 생명의 힘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고양이의 이야기가 삶이 너무 무거운 분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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