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개막특집] 새 감독, 새 배구, 새 포지션 도전의 현대건설

입력 2021-10-10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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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김다인. 사진=현대건설 배구단

2021~2022시즌 V리그가 10월 16일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아직 일상 복귀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남녀부 14개 구단은 구슬땀을 흘리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배구담당기자들이 새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각 구단의 훈련장을 찾았다. 비 시즌 훈련의 성과와 새로운 퍼즐 맞추기의 결과, 각 팀의 장단점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떠난 세터의 존재를 새삼 느꼈던 현대건설
2020~2021시즌 현대건설은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비록 조기 종료됐지만 바로 앞 시즌에 1위를 차지했던 팀의 예상 못한 추락이었다. 5개 팀 체제였던 2007~2008시즌 이후 2번째의 꼴찌였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전세터의 공백이었다.

이다영이 FA선수로 팀을 떠나면서 많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했다. 시즌을 앞두고 터졌던 팀 내부의 불행한 사건과 함께 곤두박질한 성적은 현대건설에서 4년째 지휘봉을 잡으며 재계약이 확실했던 이도희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터키리그에서 베스트7에 뽑혔던 헬렌 루소를 선택했고 최강의 센터진(양효진~정지윤~이다현)과 안정적인 레프트(황민경~고예림)를 보유하고도 팀은 고전했다. 그런 면에서 배구는 세터놀음이었다. IBK기업은행에서 영입한 이나연과 프로 4년차에 접어드는 김다인이 공격수들과 합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했다.

현대건설은 센터중심의 배구를 잘해왔던 팀답게 속공 1위(194득점, 47.32% 공격성공률), 팀 득점 2위(2654점), 오픈공격 3위(36.15%)를 차지했지만 블로킹 5위(253개, 세트평균 2.057개), 서브 6위(90개, 세트평균 0.732개)의 결과가 뼈아팠다. 특히 블로킹과 서브에서 많은 역할을 해왔던 양효진이 시즌 초반 부진했다. 결국 양효진은 11시즌 연속으로 지켜왔던 블로킹 1위 타이틀도 지키지 못했다. 이도희 감독도 첫 사랑과 같은 팀을 떠났다.

현대건설 정지윤. 사진=현대건설 배구단

●센터에서 양 날개로 공격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싶은 새 감독

현대건설은 강성형 여자대표팀 수석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선택했다. 남자배구에서 오래 지도자생활을 해온 그의 첫 번째 여자프로팀이다. 감독은 남녀배구의 장벽이 허물어진 현대배구의 흐름을 현대건설에도 도입하려고 했다. 비시즌 때 강조했던 것은 빠른 날개공격의 스피드배구였다. 이전까지의 연결 높이보다 공 1~2개를 낮춰서 때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강한 체력이 필요했다. “먼저 뛰어 들어가서 공을 기다린다는 느낌이 나도록 준비 한다”는 고예림의 말처럼 윙 공격수들은 새로운 공격패턴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체력훈련을 했다.

지난 시즌 끝없는 부진 탓에 에이징 커브를 걱정스러웠던 황민경과 관심과 위로, 희망이 필요했던 베테랑 황연주를 감독이 정성을 다한 대화로 자신감과 기량이 돌아오게 만들었다. 효과는 KOVO컵에서 나왔다. 황연주가 모든 팬들이 알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장담처럼 4년은 더 젊어진 선수로 싱싱한 점프를 했다. 황민경도 고예림과 함께 팀의 주춧돌 역할을 했다. 2020도쿄올림픽에서 라이트 공격수로 뛴 정지윤이 결승전에서 괴력을 발휘하며 MVP를 차지한 덕분에 팀은 우승도 했다. 가장 빛난 것은 정지윤이었지만 대회 기간동안 황민경과 고예림이 든든하게 리시브에서 버텨주고 공격의 활로를 뚫어줬기에 가능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다. 2명의 레프트에 정지윤이 주전자리를 놓고 도전한다. 3명이 만드는 경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현대건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대건설 이다현. 사진=현대건설 배구단

●양효진과 이다현이 지켜야 하는 새로운 중앙

10년 이상 한국여자배구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양효진은 현대건설의 주득점원이었다. V리그 통산득점 1위다. 윙 공격수에 비해 공격기회가 반밖에 되지 않는 센터이면서도 통산득점 1위라면 현대건설이 그동안 어떤 배구를 해왔는지 짐작이 간다. 어느 팀에서도 시도조차 못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배구를 강성형 감독은 바꾸고 싶었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양효진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언젠가는 정점에서 내려올 것이다. 센터의 이동공격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배구를 생각한다면 변화는 필요했다. 하지만 감독의 생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양효진의 경쟁력과 팀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점점 더 실감했다. 그래서 지금은 날개공격과 세터공격의 적절한 조화를 꿈꾼다.

프로 3년차는 이다현의 성장은 한국여자배구에 희소식이다. 그는 현대배구가 요구하는 센터의 모습을 다 갖췄다. 지난 시즌까지는 정지윤과 자리를 나눠가졌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온전히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개인최고 기록 달성이 기대된다. 양효진의 시간차와 이다현의 이동공격이 어우러지면 현대건설의 중앙은 문제될 것이 없다.

현대건설 정지윤. 사진=현대건설 배구단

●한국배구의 미래가 걸린 정지윤의 포지션 변경과 야스민의 체중
다재다능한 정지윤은 레프트로 전향한다. 2시즌 전부터 거론된 포지션 변경이지만 성패를 장담하기 어렵다. 많은 시간이 필요해 그동안 실행하지 못했다. 이번에 강성형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정지윤도 “앞으로 많이 울어야 할 것”이라면서 쉽지 않을 것임을 인정했다. 참고 기다리면서 정지윤이 서브폭탄을 기술적으로 정신적으로 견뎌내야만 완성되는 일이다.

한국배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성공해야 할 과제지만 당장 눈앞의 성적을 내야하는 감독의 자리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정지윤의 포지션변경은 이번 시즌 현대건설뿐 아니라 여자배구를 응원하는 팬들도 가장 궁금하게 지켜볼 사항이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때 최종결정을 바꿔 선택한 야스민 베다르트가 어떤 결과를 보여줄 지도 궁금하다. 당초 강 감독은 캣벨을 생각했지만 입국이 늦다는 정보에 결심을 수정했다. 그는 이번 시즌 V리그에서 활약하는 외국인선수 가운데 최장신(196cm)이다. 당당한 체구여서 공격의 파워가 넘친다. 훈련 때 그의 블로킹을 막아주던 장영기 코치가 팔꿈치 부상을 당했을 정도로 파괴력은 무시무시하다. 이번 시즌 그의 스파이크를 막다가 상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파워는 상대팀 블로커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지만 약점도 있다. 느리다. 감독은 조금 더 체중을 줄이면 더 위력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설득 중이다. 그의 몸무게는 팀 성적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불안과 기대가 함께 섞인 새로운 시즌

통산 4번째 KOVO컵 우승으로 강성형 감독은 지도자생활 처음으로 헹가래를 받아봤다. 그동안 세워온 계획과 방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우승이다. 반면 부담은 있다. 토종선수들만이 겨룬 KOVO컵과 외국인선수가 출전하는 시즌경기와는 전혀 양상이 다르다.

강성형 감독도 지금 이 대목에서 고민한다. 낮고 빠른 연결이 주전 윙 공격수의 신장이 그다지 크지 않은 현대건설에게는 필요한 선택이지만 외국인선수 야스민에게 향하는 패스의 스피드와 높이를 동시에 맞춰줄 수 있는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이제 주전 2년차를 맞이하는 세터 김다인이 이 문제를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가 시즌 성적의 관건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갖춰 가장 탄탄해 보이지만 약점도 있다. 우승은 좋은 세터가 만든다. 아직 김다인과 이나연은 검증이 필요하다. 출전기회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이는 김다인은 빠른 연결과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선택 등은 빛나지만 연결이 부정확하다. 야스민에게 향하는 연결이 감독의 눈에 차지 않는다. 이나연도 빼어난 센스가 있지만 공격수들의 최대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굳은 일을 도맡아 하는 리베로 김연견도 더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격차도 크다. 신생팀 AI페퍼스가 9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하고 뽑아갈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을 정도다. 실제 가동 인원이 많지 않아 체력부담을 걱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정예의 현대건설은 우승후보로 꼽힌다.

▲IN=야스민(새 외국인선수), 이현지, 김가영(이상 신인 드래프트)
▲OUT=양시연 박지우(이상 자유신분선수)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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