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개막특집] 봄 배구로 향하는 다양한 길을 닦은 도로공사

입력 2021-10-12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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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2021~2022시즌 V리그가 10월 16일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아직 일상 복귀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남녀부 14개 구단은 구슬땀을 흘리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배구담당기자들이 새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각 구단의 훈련장을 찾았다. 비 시즌 훈련의 성과와 새로운 퍼즐 맞추기의 결과, 각 팀의 장단점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세터 이효희의 은퇴 후유증과 유럽배구 훈련방식의 도입
지난시즌 도로공사는 주전세터 이효희의 은퇴 이후 뒤따른 시행착오를 심하게 겪었다.

세터를 제외한 주전선수 대부분이 건재했고 센터 배유나의 컴백, 경기를 치를수록 기량이 좋아지는 외국인선수 켈시 페인 덕분에 희망을 품었지만 세터 이고은과 공격수의 불안정한 호흡, 시즌막판의 체력저하가 겹치며 주저앉았다. 3위 IKB기업은행과는 딱 승점1 차이였다.

팀 득점(2515득점), 공격종합성공률(36.83%), 오픈공격성공률(34.50%) 부문에서 모두 최하위였다. 한마디로 화력이 상대팀보다 뒤졌다. 이전까지 장점이었던 다양한 패턴공격도 줄어들었다. 서브마저 약했다. 속공(38.54% 성공률), 서브(106개, 세트평균 0.869개)는 6개 팀 가운데 5위였다. 정대영, 배유나가 버틴 블로킹(776개, 세트평균 2.426개)만 1위였다.

결국 리시브(1043개, 39.40% 효율), 수비(27.730% 효율) 2위의 장점을 살려내지 못했다.

소수정예 배구의 한계를 절감했던 도로공사는 뎁스의 강화에 노력했다. 은퇴한지 5년이 넘은 하유정과 실업배구에서 이예림, 이윤정을 영입한 것은 시즌 36경기체제를 대비한 현명한 투자였다. 김종민 감독은 체력이 새로운 시즌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체력 다지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터키리그 바키프 방크에서 연수를 마치고 온 박종익 수석코치가 유럽배구 훈련방식의 도입을 감독에게 건의했다. 오전에 웨이트 트레이닝, 오후에 볼 훈련을 하던 통상적인 스케줄에 변화를 줬다. 오전에도 웨이트 트레이닝과 볼 훈련을 섞었고 체력훈련의 강도를 높인 결과, 선수들의 하체가 훨씬 탄탄해졌고 탄력도 생겼다.

사진제공 | 한국도로공사

KOVO컵에서 확인한 변화와 경험치를 더한 켈시의 진화
비록 KOVO컵 때 준결승전에서 멈췄지만 도로공사는 변화가 보였다. 지난 시즌보다 이고은의 패스 높이를 낮추고 스피드를 선택한 뒤 동료들과 호흡이 한결 나아졌다. 다만 토종선수와 켈시 모두를 만족시키는 연결의 높이와 스피드를 완전히 찾지 못한 것이 찜찜하다.

되돌아보면 도로공사는 이바나가 한창 좋았던 2017~2018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고 그 다음 시즌 이바나의 부상 때는 듀크를 서둘러 영입해 챔프전까지 진출했다. 토종선수들의 짜임새와 조직력이 탄탄하고 배구IQ가 높은 팀이었기에 외국인선수가 어느 정도의 역할만 해주면 봄 배구에 가까운 팀이다. 한동안은 외국인선수 탓에 고민도 많았던 김종민 감독도 “이번 시즌의 켈시는 좋다”고 했다. 퍼즐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는 얘기로 들린다.

외국인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재계약에 성공한 켈시는 자신보다 높은 블로킹과 신장에 부담감을 느끼면 평소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잦은 범실도 팀에게는 아쉬웠다. 이번 시즌은 경쟁할 외국인선수 가운데 켈시보다 더 높은 타점이 없다. 지난 시즌 유난히 부담스러워했던 러츠(GS칼텍스), 디우프(KGC인삼공사)도 V리그를 떠났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켈시가 자신감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동아DB

박정아의 담대함과 배유나의 센스가 결합하면
공격의 또 다른 축인 박정아는 2020도쿄올림픽에서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클러치 공격을 성공시킨 뒤 표정변화조자 없는 그의 담대함은 큰 경기에서 더욱 빛났다. 세터 이고은과 호흡을 맞추는 2번째 시즌으로 더욱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배유나는 별명 ‘배구천재’답게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전위에서 빼어난 센스를 이용한 공격으로 날개공격의 부담을 줄어줘야 도로공사의 플레이가 매끄러워진다. 공격의 파괴력이 다른 팀보다 뒤쳐지는 도로공사는 대포 한방으로 랠리를 끝내는 팀이 아니다. 패턴공격이 많아야 하는 기관총의 팀이고 배유나가 그 역할을 가장 잘한다.

지난 시즌 도로공사를 상대하는 팀들은 박정아를 집중 마크하면서 중앙은 견제조차 하지 않았다. 이효희가 없는 탓이었다. 그래서 애를 먹었지만 이번 시즌은 이고은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중앙에서 다양한 공격패턴이 자주 나오고 블로킹 마크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전새얀과 문정원이 얼마나 높은 공격효율을 올리게 만드느냐에 시즌 성패가 달렸다.

이고은의 각성과 공격수와의 호흡이 관건
결국 관건은 팀 플레이를 조율할 이고은이다. 지난 시즌에는 감독이 원하는 배구와 이고은의 플레이가 달라 우여곡절을 겪었다. 선수들도 오래 함께했던 이효희와 차이가 났던 분배와 연결의 높이, 스피드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김종민 감독은 “세터 한 명에 팀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번 시즌에는 이고은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운영능력과 올바른 선택을 세터에게 요구한다. “조금 더 차분해지고 생각의 범실을 줄여주면 좋겠다”는 감독은 “이고은의 수비와 운동능력은 최고”라는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고은이 센스와 상대를 어렵게 만드는 분배 노하우를 장착한다면 도로공사의 배구는 분명 더 세련돼 질 것이다. 눈여겨 볼 선수는 실업배구에서 영입한 이윤정이다. 시작은 안예림과 함께 이고은을 도와주는 역할이지만 실업배구에서 많은 실전경험을 쌓은 덕에 경기를 풀어나갈 줄 안다. 안정감도 있다. 김종민 감독으로서는 선택할 카드가 많아졌다.

사진제공 | 한국도로공사

숙제는 웜업존의 경쟁력 강화와 다양한 공격
도로공사는 9월 28일 KGC인삼공사를 시작으로 시즌 개막까지 4차례의 연습경기에 나섰다. 김종민 감독은 일주일에 3차례의 연습경기 일정을 잡으며 선수들이 체력부담을 어떻게 견뎌내는지 테스트했다. 지난 시즌 단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던 GS칼텍스에게 여전히 약점이 드러난 대목은 눈여겨볼 점이다. 봄 배구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숙제다.

여전히 불안한 점은 주전들의 나이와 체력이다. 36경기 체제에서는 가용할 선수가 풍부하고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격차가 적은 팀이 유리하다. 김종민 감독도 웜업존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애를 써왔다. 신인 이예담과 하유정은 정대영, 배유나가 버티는 센터진에 도움을 줘야 한다. 정대영은 40세의 나이에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것만으로도 박수 받을 만하지만 순발력이 전성기 때보다는 떨어진다. 레프트도 박정아~문정원~전새얀이 있지만 플랜B가 필요하다. KOVO컵에서 이예림은 가능성을 확인해줬다. 리시브는 임명옥~문정원~전세얀을 중심으로 도쿄올림픽에서 나쁘지 않은 리시브 실력을 보여줬던 박정아까지 가세한다.

위험요소는 있지만 그래도 도로공사의 봄 배구 진출 확률은 높다.


●IN&OUT
▲IN=하유정(임의탈퇴 해지), 이예림(자유신분선수) 이예담, 이윤정(이상 신인 드래프트)
▲OUT=하혜진(FA미계약), 최민지(신생팀 보상선수지명), 정효진(자유신분선수)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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