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봉제+안성맞춤 투자+관습 타파’ 삼성이 2010년대 왕조를 떠나보낸 방법

입력 2021-10-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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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왼쪽)-오재일. 스포츠동아DB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사자들은 어떻게 다시 포효할 수 있었을까.

올 시즌 KBO리그 선두는 25일까지 삼성 라이온즈다. 22, 23일 KT 위즈와 홈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해 6월 24일 이후 121일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24일 대구 SSG 랜더스전에선 극적인 3-3 무승부로 어렵게 되찾은 선두를 굳세게 지켰다.

정규시즌 우승 여부는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삼성은 현재의 성적만으로도 이미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2015년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며 암흑기의 종료를 알렸다. 가을야구의 구경꾼으로 전락한 지난 5년(2016~2020년) 동안 삼성의 최고 성적은 2018년의 6위였다. 그 전후로 8위 또는 9위에만 그쳤던 삼성은 올 시즌 어떻게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변모할 수 있었을까.

‘쿼터별 지급’ 화제의 신연봉제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이 선보인 ‘신연봉제’는 야구계에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삼성경제연구소와 협력해 만든 신연봉제는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시즌 말미까지 끌고 가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기본형, 목표형, 도전형으로 나뉜 신연봉제의 핵심은 ‘잘해서 많이 가져가라’다. 도전형의 경우 기본 연봉은 낮지만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선수가 챙길 수 있는 인센티브는 기본형보다 훨씬 많다.

아울러 인센티브 지급을 쿼터별로 나눠 선수들이 시즌 내내 동기부여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목표를 쿼터별로 설정해놓으니 부진했던 선수는 다음 쿼터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시 힘을 냈고, 꾸준한 활약을 펼쳐온 선수는 다음 쿼터에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중력을 더 높였다.

‘오승환+오재일’ 안성맞춤 투자
삼성은 2020시즌을 앞두고 오승환을 복귀시키며 든든한 마무리투수를 갖췄다. 여기에 검증된 선발투수인 데이비드 뷰캐넌과도 2021시즌 재계약에 성공했다.

승부를 걸어야 할 타이밍에 확실한 퍼즐조각까지 찾았다. 지난겨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온 거포 오재일과 4년 총액 50억 원에 계약했다. 타자친화형 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안성맞춤이었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야구도 경험한 새 외국인타자 호세 피렐라에게는 80만 달러짜리 계약을 안겼다. 리그 적응력이 뛰어난 피렐라는 25일까지 28홈런을 날리며 팀 타선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나?” 관습 타파
야구단에 뿌리 깊게 이어져오던 관습들과도 작별했다. 원기찬 대표이사는 지난해 부임 후 팀장급 회의에서 “왜 그렇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자주 던졌다. 전통이란 명분 아래 지켜오던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에서 고민하라는 주문이었다.

신연봉제는 그 연장선에서 태어났다. 원 대표는 매년 구단과 선수가 마찰을 일으키는 연봉협상에 대해 반드시 해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선수와 구단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신연봉제 도입을 주도했고, 그 결과는 원활한 타결로 이어졌다.

한국시리즈 4연패의 위업을 쌓았던 2010년대의 ‘왕조’는 삼성에 분명 큰 자산이다. 그러나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이기도 하다. 2010년대와 아름다운 이별을 택한 사자들이 올 가을 최종적으로 거머쥘 성적표가 궁금하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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