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포기 안 하면 우리도!” 사직 뒤덮었던 LG 유광점퍼 군단의 힘 [현장리포트]

입력 2021-1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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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 관중석을 가득 채운 LG 팬들은 경기 내내 육성 대신 박수로 선수단에게 힘을 실어줬다. 사직 | 최익래 기자

사직구장 뒤덮었던 유광점퍼 물결
우승 기원 위해 독도 찾는 팬까지
“다치지 않는다면 반전 기회 있다”
사실상 정규시즌이 끝난 듯했던 분위기. 당장이라도 준플레이오프(준PO)를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희망이 살아있는 한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지켰다. 그 각오는 팬들에게까지 전달됐다. 사직구장 3루 관중석을 뒤덮었던 유광점퍼의 물결이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LG는 3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4로 져 정규시즌을 3위로 마무리했다. 키움 히어로즈-두산 베어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와 11월 4일부터 잠실에서 준PO를 치른다. 비록 3위로 마쳤지만, 마지막 날까지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은 살아있었다. 그렇기에 롯데전 선발로 케이시 켈리를 내보내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LG 팬들은 실낱같은 확률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은 팀을 응원하기 위해 부산으로 운집했다. 30일 사직 롯데전 3루 관중석을 가득 채운 LG 팬들. 사진제공 | LG 트윈스


LG는 10월 19일부터 치른 7경기에서 4무3패에 그쳤다. 5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1위 삼성 라이온즈와 3게임차, 2위 KT 위즈와 2.5게임차였다. 류지현 감독은 “가능성이 남아있으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6일부터 치른 대전 한화 이글스와 3연전에서 2승1무를 거둔 데 이어 29일 롯데전까지 잡았다. 그 사이 KT가 1승1무2패, 삼성이 2패를 당하면서 두 팀을 0.5게임차까지 추격. 남은 최종전서 LG가 이기고 두 팀이 패하면 극적 우승도 가능했다.

대전경기부터 심상치 않던 LG 팬들은 사직구장에 집결해 유광점퍼 물결을 이뤘다. 이날 사직구장에는 5855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롯데의 올 시즌 홈 최다관중으로 매진이었다. 3루 측은 물론 중앙테이블석 인근에도 유광점퍼를 입은 LG 팬들이 보였다. LG가 리드를 내주고 타 구장에서 삼성과 KT가 리드를 잡으면서 3위 가능성이 높아짐에도 이들은 끝까지 박수를 쳤다.

30일 사직구장 3루 관중석 한켠에 마련된 ‘오지환‘존. 오지환은 29일 경기 중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 함께하지 못하게 됐지만, 이처럼 팀과 팬 모두 오지환과 함께하고 있다. 사직 | 최익래 기자


28일 한화전부터 사흘간 원정 ‘직관’에 나선 LG 팬 김종근 씨(48)는 “우승을 27년간 기다렸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해오던 대로 한다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며 가을을 기대했다. 김 씨는 31일 울릉도로 이동한 뒤 11월의 첫 날 독도에 가 LG 우승을 빌고 올 예정이다. LG가 29일 롯데전까지 승리하자 30일 차를 몰고 부산에 내려간 정창석 씨(53)는 “올해 정말 잘해줬다. 팬들의 기대치가 시즌 초반 워낙 높아 때로는 욕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고 진심을 전했다. 부상으로 가을에 함께하지 못할 유격수 오지환의 유니폼을 챙겨온 김미지 씨(29)는 “다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반전의 기회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팬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응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류 감독은 30일 경기 전 “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29일 경기가 끝나고 보니 정말 많이 와주셨더라. 마지막 순간까지 팬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준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고 밝혔다. LG는 1일까지 쉰 뒤 2~3일 이천에서 준PO에 대비한다. LG 트윈스의 가을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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