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디가 우간다에 땅을 사고 대표팀에 거금을 쓴 사연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1-02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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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선수 없이도 선두를 달리던 현대캐피탈은 지난 30일 한국전력과의 원정에서 완패하며 선두자리마저 내줬다. 3세트 내내 일방적으로 뒤졌다. 이번 시즌 최단경기시간인 1시간13분만에 물러섰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경기 뒤 천안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쇼핑백 2개를 들고 누군가를 기다렸다.

쇼핑백의 주인공은 다우디였다. 지난 시즌까지 2년간 같은 팀에 뛰며 많은 공헌을 했던 다우디가 특히 좋아한다는 천안의 유명한 과자를 미리 사가지고 와서 선물로 주려고 했다. 하나는 다우디 것, 하나는 다우디보다 늦게 입국해 자가 격리 중인 아내 것이라고 했다. “예전에 하나만 사줬더니 다우디가 과자를 가지고 줄 듯 말 듯 아내와 장난을 치다 싸웠다고 들었다. 그래서 사이좋게 하나씩 먹으라고 2개를 준비했다”고 했다. 이날 20득점을 기록해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던 다우디는 최태웅 감독을 보자 깍듯하게 인사했다.


그의 예의바름은 현대캐피탈 뿐만 아니라 새 소속팀 한국전력 선수들도 인정한다. 장병철 감독은 “쉬고 있다가도 동료가 함께 훈련하자고 부르면 거절하지 않고 먼저 90도로 인사부터 한다. 정말 정이 가는 선수다. 왜 인성이 좋다고 하는지 알겠다”고 했다.

이런 다우디가 최근 많은 돈을 썼다. 우간다 기준으로는 상상도 못할 액수다. 우간다의 유일한 프로배구 선수인 다우디는 9월 7일부터 15일까지 르완다에서 열린 ‘2021 아프리카 남자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우간다 대표팀의 출전경비를 혼자서 부담했다. 정부의 지원이 여의치 않자 대표팀의 이동과 숙박비용 등을 모두 계산했다. 르완다는 우간다와 국경이 붙어 있다. 우간다는 A조 2위로 결승 토너먼트에 올라간 끝에 5위를 차지했다. 다우디는 대회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대회를 마치고 터키리그의 팀과 새로운 시즌 계약을 맺으려던 차에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부상당한 사닷을 대신해 V리그에서 뛰자는 한국전력의 러브콜이었다. 그는 즉시 계획을 바꿔 한국행을 결정했다.

구단과 장병철 감독, 에이전트가 열심히 노력한 끝에 일사천리로 취업비자를 받고 9월 25일 입국했다. 덕분에 한국전력의 시즌 첫 경기 때부터 출전했지만 동료들과 손발을 맞춰본 시간이 짧고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았다. 장병철 감독도 “2라운드 쯤 돼야 정상으로 올라오겠다”고 예측했지만 30일 친정팀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맹활약 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최태웅 감독은 그런 다우디가 대견했는지 선물을 건네며 많은 덕담을 했다.


다우디는 최근 우간다 체육부장관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대회 출전비용을 부담한 그에게 보내는 감사장이었다. 그의 꿈은 우간다에 실내배구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열심히 타국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돈을 모았다. 이미 현지에 훈련장이 들어설 땅은 샀다. 그 도면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마음을 다잡는다. 우간다의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배구를 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픈 다우디는 V리그에서처럼 멋진 훈련장을 자신의 조국에 세우는 것이 평생의 꿈이다. 다우디의 원대한 꿈이 꼭 이뤄지길 응원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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