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이퍼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

입력 2021-11-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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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미국 돈뿌리기 막내렸다…국내 영향은 제한적

美 연준, 20개월 만에 돈줄 죄기 선언
매달 150억 달러씩 채권매입 축소
국내 증시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이억원 차관 “가계부채 관리 중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공식화한 가운데, 미국 테이퍼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이퍼링은 양적완화(통화량 공급 확대) 정책의 규모를 점차 줄인다는 뜻으로, 경기 침체기에 회복을 위해 썼던 각종 완화 정책을 시장에 큰 부작용이 없도록 서서히 거둬들이는 것을 말한다.

미국 연준 테이퍼링 개시, 금리인상 선 그어
미국 연준은 4일(한국시간) 이달부터 테이퍼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도입한 양적완화 정책 기조의 변화를 20개월 만에 공식화하며 돈줄 죄기를 선언한 것이다.

자산매입 규모를 현재의 매월 1200억 달러에서 매월 150억 달러(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 50억 달러)씩 축소하되 내년 이후에는 경제전망 변화에 따라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현 속도가 유지되면 자산매입은 2022년 7월께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준금리는 현행 0.00∼0.25%로 동결하기로 해 금리 인상에는 선을 그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을 시행하는 결정이 금리인상을 고려한다는 직접적 신호가 아니다”며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더 엄격한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고 했다.

그간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을 우려했는데, 파월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인 언급이 시장의 불안을 일부 덜어주면서 이날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104.95포인트(0.29%) 오른 3만6157.58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9.92포인트(0.65%) 상승한 4660.57에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61.98포인트(1.04%) 뛴 1만5811.58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내 증시와 외환 시장도 큰 변동성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4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7.51p(0.25%) 상승한 2983.22로, 코스닥은 전날 대비 3.57p(0.36%) 하락한 1001.43으로 마감했다. 원달러환율도 전날보다 1.0원 오른 1182.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금리 오르면 빚 늘린 가계 부담 가중 우려
미국 테이퍼링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단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환율이 올라가는 등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일 수 있으나, 예고된 결정인 만큼 변동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시각도 전문가들과 비슷하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테이퍼링이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무리 없이 소화되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했다.

이제 관심은 국내 기준금리에 영향을 미칠지에 쏠리고 있다. 미국 연준이 테이퍼링 개시와 상관없이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선을 긋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도 8월 시작한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일단 내년 초까지 유지하는 등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 미국도 금리인상을 피할 수 없는 만큼 국내 기준금리 인상 압박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한국은행은 연준보다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동시에 금리 인상 시점도 한발 빠르다. 이는 미국보다 금리가 낮을 경우 내외 금리차로 인한 외국인 투자금의 유출 가능성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빚을 늘려 온 가계 부담이 커지고,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야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에 뛰어들었던 청년층도 부담을 떠안게 될 우려가 있다.

이 차관은 “국내외 금리상승 압력이 확대되면 부채 상환 부담도 가중될 수 있는 만큼 그간 빠르게 증가해 온 가계부채 관련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금리 상승과 부채관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담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세심히 살피겠다”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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