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운 도시에, 6년 만에 찾아온 가을 열기 [PS 리포트]

입력 2021-11-09 1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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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PO 1차전 경기가 열린다.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을 응원하기 위해 많은 야구팬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체감온도 7도에 가을비 내리는 날씨도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6년 만에 오른 포스트시즌(PS) 무대. ‘라팍’은 이 가을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은 팬들로 가득했다.

2021년 11월 9일은 삼성 팬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날이 됐다. 삼성의 마지막 PS 경기는 2015년 10월 3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2-13으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대구의 가을은 이보다 나흘 앞선 10월 27일 끝났다.

삼성의 가을시계는 2015년에 멈춰있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정규시즌 5연패 및 KS 통합 4연패. 찬란한 왕조가 저문 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은 PS 진출에 실패했다. 2016년 개장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해마다 가을을 기다렸지만, 9위~9위~6위~8위~8위에 그치며 쓸쓸한 낙엽만 머금었다.

2021년 가을이 라팍에 찾아왔다. 과정도 극적이었다. 정규시즌 144경기로 순위를 가리지 못한 삼성과 KT 위즈. 결국 145번째 경기인 타이브레이커까지 치렀다. 아쉬운 패배로 정규시즌 2위. 그 덕에 고척돔이 아닌 라팍에서 가을을 시작하게 됐다.

삼성 프런트는 분주히 가을맞이에 나섰다. 경기장 곳곳에는 ‘이기고·멋지고·즐기는·혼연일체 삼성’이란 슬로건이 적힌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사자를 형상화한 삼성 가을의 상징, 에어벌룬로봇(air balloon robot)도 2015년 KS 이후 6년 만에 부활했다. 구단 직원들의 얼굴에서도 분주함 속 들뜸이 느껴졌다.

김상헌 삼성 응원단장은 “설렌다. 전날 잠을 좀 설쳤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이후 라팍 정원의 100% 관중이 입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육성응원이 안 되지만 팬들이 확진되지 않는 것과 선수들이 다치지 않는 게 최우선이다. 삼성팬의 뜨거운 열기를 평소처럼 잘 보여주시리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오후 6시 기준 사전 예매분은 2만2051석. 최대 정원 2만3000석이 거의 팔렸다. 시민구장 시절 PS도 ‘직관’했다는 삼성 팬 서기원 씨(32)는 “오늘 아니면 삼성의 가을야구를 다시 못 볼 수도 있다. PS까지 온 것만으로도 정말 잘해줬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라팍 시대’부터 삼성을 응원한 엄민혁 씨(20)는 “첫 PS 직관이 실감이 안 난다.

경기를 시작해봐야 느낌을 알 것 같다”며 “솔직히 팬들 중 날씨 얘기를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 자체로 좋다”고 강조했다. 두산 팬들도 장거리 원정 응원에 나섰다. 김형철 씨(49)는 “지금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미러클이다. 이제는 보너스 게임이다. 패하더라도 박수를 쳐주려고 왔다”고 말했다.

차디찬 계절도 식히는 가을야구의 열기.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 대구에 가을이 돌아왔다.

대구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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