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정의 ‘운김’…대지의 심장박동을 딛고 추는 아쟁의 독무 [나명반]

입력 2021-11-14 1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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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쟁 연주자 정미정의 네 번째 정규음반 ‘운김’
꽃풀, 풍류굿, 먼지, 길, 나르샤…선물세트 같은 곡들
“자유롭게, 새롭게”…아쟁의 소리가 눈에 보이는 듯
정미정이 펼쳐 온 음악세계를 되짚어 보면 두 개의 키워드가 발견된다. ‘자유’와 ‘새로움’이다. 이 두 기둥이 든든히 받치면서 정미정의 아쟁은 마음껏 자유롭게, 새로운 창공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었다.

정미정의 네 번째 정규음반의 타이틀은 ‘운김’. ‘여럿이 함께 할 때 우러나오는 힘’을 의미하는 순 우리말이라고 한다.

타이틀에 걸맞도록 이 음반에는 ‘여럿’이 참여하고 있다. 정미정의 아쟁을 중심으로 김성배(더블베이스), 박순아(가야금), 곽재혁(피리), 황영권(타악), 권현우(일렉트로닉)가 둘러쌌다. 이들이 만들어낸 힘이 ‘운김’으로 완성됐다.

정미정은 지금까지 석장의 음반을 냈다. ‘월련, 달, 그리다’를 시작으로 ‘Moon’, ‘나의 사랑 아버지’가 그것으로 2018년 ‘Moon’ 이후 재즈와의 컬래버레이션 등 다른 악기군, 다른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를 꾸준히 시도해 왔다. ‘나의 사랑 아버지’는 CCM 음반이었다.

‘운김’에는 ‘꽃풀’, ‘풍류굿’, ‘먼지’, ‘길’, ‘나르샤’의 다섯 곡을 수록했다. 3월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무관중으로 녹화돼 유튜브로 공개했던 ‘生-피어오르다’에서 연주한 곡들을 다시 녹음한 음반이다. 이때 함께 한 연주자들이 고스란히 재참여했다.

다섯 곡 중 가장 대작이라 할 수 있는 곡은 마지막 트랙의 ‘나르샤’로 15분의 러닝타임을 갖고 있다. 이 곡은 일렉트로닉이 자아내는, 마치 땅속에서 울리는 듯한 진동으로 시작된다. 이 대지의 심장 박동을 딛고 정미정의 아쟁이 ‘독무’를 펼치는 듯, 그림이 그려지는 곡이다. 아쟁의 ‘소리’가 눈으로 보이는 경이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나르샤’는 한 번쯤 이어폰으로 감상해 보시길 권하고 싶다. 아쟁이 왼쪽, 가야금이 오른쪽에 포진해 연주하는데, 두 악기의 ‘대화’라기보다는 각자의 ‘독백’에 가깝다. 그 독자적인 읊조림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스윽 하고 바뀌는데 이 부분이 기막히게 좋다. 위로가 침잠하며 ‘기~인’ 마침표를 찍는다. 그 여운이 또한 ‘기~일다’.

정미정 아쟁의 ‘손맛’과 ‘소리맛’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면 네 번째 트랙의 ‘길’을 추천하고 싶다. 정미정 특유의 거칠 것 없이 자유로운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이 곡 ‘길’은 길의 끝을 보여주지 않지만, 듣고 있으면 ‘종착지가 어디면 어떠한가’하는 기분이 들게 된다. 길의 끝보다는 길 자체가 주는 감흥이 크기 때문이다.

이 음반의 시작을 알리는 ‘꽃풀’도 좋다. 꽃이되 풀이고, 풀이면서 꽃이다. 마치 정미정의 음악세계를 한 줄로 표현해 놓은 것 같다. ‘길’처럼 정미정의 아쟁이 듣는 이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멋진 곡이다.

첫 번째 트랙 ‘꽃풀’부터 마지막 ‘나르샤’까지 버릴 게 없이 꽉 찬 선물세트 같은 음반이다. 긴 여운과 반투명한 여백이 플레이를 정지시키고도 한참이나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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