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을 걷어내야 보이는 IBK기업은행 항명사태의 진실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1-24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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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 경기에서 IBK기업은행 김사니 임시 감독대행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인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IBK기업은행 항명사태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23일 흥국생명전의 내용과 승패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이 경기를 전후로 한 김사니 감독대행,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의 발언을 되짚어보면 그동안 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일단 팀을 이탈한 ‘원죄’를 지닌 김 대행은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서남원 전 감독에게 책임을 돌렸다. 폭언을 근거로 내세웠다. 후배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독으로부터 망신을 당했다는 뉘앙스였다. 키워드는 “나도 쌓은 업적이 있는데”였다.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 한편 지휘계통에서 상관인 감독과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때로는 악역도 맡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서 자존심이 더 중요했고, 이것이 여의치 않자 팀을 떠났다는 의미로 해석되게끔 얘기했다.


서 전 감독은 김 대행의 ‘폭언’ 폭로를 반박했다. “당시 김 코치에게 ‘넌 선수가 아니라 코치다. 네가 하는 행동이 잘하는 것이냐. 앞으로 갈 길이 멀고, 감독까지 해야 할 사람이 선수처럼 해도 되겠느냐’라고 했다”는 그의 발언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보는 시선이 얼마나 달랐는지 드러난다.

서남원 전 감독. 사진제공 | KOVO


당시 훈련장에서 오간 발언은 녹음되지 않은 이상 각자의 기억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 전 감독은 자신의 발언을 기억했다. “조송화가 훈련 중 내 말에 대답을 안 해서 김 코치에게 말 좀 시켜보라 했다. 그 과정에서 ‘감독 말에도 대답 안 해, 코치 말에도 대답 안 해.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라고 했다. 욕설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대행도 이제 정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항명과 태업을 하지 않았고 억울하다면, “상처받았다. 속상하다. 불편한 자리였다”는 등의 애매한 표현을 할 것이 아니다. 그동안 몇몇 선참 선수들로부터 항명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물론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과 직접 대질해서 진실을 가리면 된다. 정확하게 증언해줄 사람은 꽤 많아 보인다.


한국배구연맹(KOVO)이나 IBK기업은행이 의지만 있다면 그런 자리를 만들 수 있다. 모두가 검증할 수 있도록 공개도 하자. 그렇게 해서 거짓말했던 사람을 가리고 배구계에서 퇴출시켜야 소동은 잠잠해진다.

조송화. 사진제공 | KOVO


문제의 시발점이었던 조송화에 대한 처리는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행동과 주장에 책임마저 지지 못하는 선수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 순 없다.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줘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IBK기업은행이 명확하게 방향을 설정하지 않으면, 그동안 자신들이 해온 발언과 결정의 신뢰성 또한 사라진다. 여기까지 온 이상 대수술은 불가피하다.


진실을 외면한 채 각자의 주장만 외치며 얼렁뚱땅 넘어가기에는 이번 사건의 파장은 너무 크다. 누군가 얘기했던 대로 안으로 곪고 썩어가던 V리그 여자배구의 치부를 이번 기회에 모두 공개하고 깨끗이 도려내야 미래가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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