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이다, 늘 필요할 때 찾아주셔서” 허도환 FA 계약이 던진 메시지

입력 2022-01-06 15:0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 | LG 트윈스

2021시즌 후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에 새로 둥지를 튼 허도환(38)은 대표적인 ‘저니맨’이다. 2007년 두산 베어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KT 위즈, LG까지 6개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2007년 데뷔 후 15년 만에 얻은 FA 자격이었지만, 그에게 쏠린 관심은 크지 않았다. 계약 총액 100억 원을 돌파한 나성범, 양현종(이상 KIA 타이거즈), 김재환(두산), 김현수(LG), 박건우(NC 다이노스) 등 대어급 선수들이 넘쳐났던 터라 주로 백업 역할을 맡았던 허도환과 관련한 언급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를 기다리며 몸을 만들었고, 지난달 30일 LG와 2년 총액 4억 원에 계약하며 야구인생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정복했다. 이성우의 은퇴로 경험이 풍부한 백업 포수가 필요했던 LG가 손을 내민 것이다. 연봉도 올해 75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랐고, 한국 나이로 불혹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구단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더라”며 활짝 웃었다.

소위 ‘대박’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도 FA 권리를 행사한 이유는 분명했다. 2021시즌 초 FA 등록일수를 채운 순간부터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10년 이상 뛰었던 선수들은 주전급이 아니면 FA로 인정받기 쉽지 않았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백업 선수들도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본인이 성공사례를 쓰고, 향후 백업 선수들이 당당히 FA 권리를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동료들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보낸 이유다.

만 35세 이상의 FA는 보상등급 C등급이 적용된다. 보상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전력유출 없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을 품에 안을 수 있다는 뜻이다. LG도 그와 만난 자리에서 “덕아웃에서 젊은 투수들의 멘토 역할을 기대하고, (주전 포수) 유강남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 뒤를 잘 받쳐달라”고 당부했다. 익숙한 역할이다.

이번 계약으로 허도환은 수도권 5개 구단의 유니폼을 모두 입어보는 이색 기록도 남겼다. 이 사실을 상기시키자 그는 “최초 아닌가”라며 웃고는 “큰 영광이다. 필요할 때 찾아주셨다는 의미 아닌가. 내가 ‘헛살지 않았구나’라고 느낀다. LG가 진짜 마지막 팀이라는 각오로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다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