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넘어뜨린 말, 결국 사망, 동물학대 ‘이방원’ 후폭풍 거세

입력 2022-01-24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출처 | 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캡처

동물권단체들, 촬영 땐 복지 가이드라인 강력 촉구
시청자들 “드라마 없애라”…배우들도 개선 목소리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펼치며 인기를 끌던 KBS 1TV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이 동물 학대 논란으로 발목이 잡혔다. 제작진이 낙마 장면을 위해 촬영에 동원된 말을 강제로 쓰러뜨렸고, 해당 촬영으로 말이 결국 숨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KBS는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논란은 1일 방송에서 이성계가 낙마하는 장면이 방영된 이후 불거졌다. 동물자유연대, 카라 등 각종 동물권 단체들은 스태프들이 말의 다리를 와이어로 묶어 넘어뜨리는 촬영현장 영상을 공개하며 “(이번에 일어난)참혹한 상황은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니라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동물 학대”라며 규탄했다. 관련 단체들은 21일 연출자 김형일 PD, 제작사 황의경 몬스터유니온 대표 등 제작진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이에 KBS는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관련 단체들과 24일 면담을 진행키로 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23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면담을 통해 촬영현장에 동물 대신 모형이나 컴퓨터그래픽(CG) 등의 대체 수단을 쓴다는 내용의 방송사 가이드라인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물을 부득이하게 동원할 경우 종 특성에 맞는 동물관리인 필수 참여, 휴식 보장 등 동물 복지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물권 단체들은 “생명을 지닌 동물을 영상의 소품으로 여기는 방송가의 인식과 태도”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조 대표는 “모든 방송사와 영상물 제작자들의 인식 변화, 이들이 참고할 수 있는 규정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청자들은 방송사의 사과에도 KBS시청자권익센터를 통해 드라마 폐지를 요구하는 등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영상 촬영 시 준수할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는 글이 올라와 3일 만인 이날 오후 13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배우 유연석·고소영·김효진, 가수 조수미·태연 등도 SNS를 통해 “개선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목소리를 보탰다.

한편 KBS 측은 논란이 거세지자, 문제 장면이 담긴 회차의 다시보기를 중단하고, 22,23일에 이어 29,30일 방송까지 2주 연속 결방하기로 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