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3개 미니스톱, 세븐일레븐 된다

입력 2022-01-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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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편의점 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롯데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CU·GS25와 함께 ‘편의점 3강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미니스톱 서울 마포센터점(왼쪽)과 세븐일레븐 서울 한남 UN점. 사진제공 l 미니스톱·세븐일레븐

롯데, 미니스톱 인수…편의점 3강 체제 굳히기

롯데, 韓미니스톱 지분 100% 인수
우수 입지·타사 대비 넓은 면적 강점
1, 2위 CU·GS25와 점포 수 격차↓
물류센터 활용한 즉시배송 강화
수익성 개선 등 시너지 마련에 총력
롯데가 국내 편의점 업계 5위인 미니스톱을 품었다. 롯데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업계 3위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흡수할 전망으로 1위 CU, 2위 GS25와 확고한 3강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니스톱 2603개 점포·12개 물류센터 확보

롯데지주는 21일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3133억6700만 원으로, 취득 예정일은 28일이다. 이번 인수전에는 라이벌 신세계그룹 이마트24와 앵커프라이빗에쿼티(PE)-넵스톤홀딩스 컨소시엄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미니스톱은 1990년 일본 미니스톱의 모회사인 일본 이온그룹이 대상과 손잡고 설립한 미니스톱 한국법인이다. 2019년 대상이 지분을 모두 정리하며 일본 미니스톱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앞서 2018년에도 매각이 추진돼 본입찰까지 진행됐지만 매각가를 둘러싼 이견으로 매각 작업이 중단된 바 있다. 당시에도 롯데는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힌 바 있다. 이번 인수에서 롯데는 예비입찰을 거치지 않고 본입찰에 바로 참여했는데, 2018년에 이미 기업실사를 마친 만큼 기존에 확보한 정보로도 미니스톱 기업가치 파악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가는 2018년 제시한 4000억 원보다는 낮지만 시장에서 예상했던 매각가 2000억 원대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롯데는 이번 인수를 통해 미니스톱의 2603개 점포(2020년 기준)와 12개 물류센터를 확보하게 된다. 세븐일레븐의 점포 수는 1만501개로 미니스톱과 합칠 경우 점포 수 1만3104개로 업계 3위를 굳히게 된다. 1, 2위인 CU(1만4923개), GS25(1만4688개)와의 격차가 줄어드는 반면, 점포수가 5169개인 4위 이마트24와는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 수가 매출로 직결되는 편의점 업계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체급을 맞추게 됐다”며 “점포 수 증가는 납품업체와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물류비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온·오프라인 융합 전략에 활용

롯데는 미니스톱이 시장 초기에 선점한 우수 입지와 경쟁사 대비 넓은 면적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이를 통해 전기 오토바이 충전, 금융, 가전케어, 세탁 서비스 등 고객 편의 향상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미니스톱이 보유한 12개 물류센터를 활용해 ‘퀵커머스(즉시배송)’ 전략도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 30개의 롯데글로벌로지스 물류센터와 더해질 경우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니스톱은 즉석식품 판매 및 배달과 포장 중심의 패스트푸드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편의점 업계의 식문화를 선도해 온 만큼 차별화 매장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롯데 측은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편의점을 온·오프라인 융합 전략에 적극 활용해 온라인 사업 역량 강화에 힘을 실을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월 결산법인인 미니스톱은 2020년 3월∼2021년 2월 매출 1조7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 하락했고, 14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는 과거 편의점 로손과 바이더웨이를 인수한 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경험을 토대로 미니스톱과 합병 시너지 마련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또 미니스톱 점주들이 세븐일레븐이 아닌 타 편의점 브랜드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고, 세븐일레븐 점포와 상권이 겹치는 미니스톱 점포도 있는 만큼 효과적인 인수 시너지를 내는 것도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미니스톱 자체가 시장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점포가 그대로 세븐일레븐으로 넘어올지 지켜봐야한다”며 “점주들을 붙잡으려면 여러 당근책을 제시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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