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中서 수난 …레즈비언·동성 키스 장면 ‘싹뚝’

입력 2022-02-14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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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프렌즈의 한 장면.

중국에서 방영을 시작한 미국의 유명 시트콤 ‘프렌즈’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성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 등을 임의로 가위질 해 송출하면서 팬들의 분노를 산 것.

BBC, CNN 등에 따르면 ‘프렌즈’ 시즌1이 지난 11일 텐센트, 비리비리(Bilibili), 소후(Sohu) 등 중국 주요 동영상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극 중 레즈비언 캐릭터의 성정체성을 나타내는 장면과 동성 간 키스 장면 등이 사라졌다. 구체적으로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인 로스가 전처에 관해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그녀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려 이혼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잘려나갔다. 또한 남자 주인공 두 명이 새해 전 날 키스하는 장면도 삭제됐다.

자막도 곳곳에서 원작과 다르게 번역됐다. 시즌 1의 2화에서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부분이 한 장면 남아있지만, 중국어 자막에서는 ‘레즈비언’이라는 표현 자체를 넣지 않았다. 또한 ‘오르가슴’이라는 표현은 ‘여성들의 끊임없는 수다’로 대체됐다.

가위질의 영향으로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는 ‘프렌즈’의 오리지널 버전은 에피소드 당 평균 23분이지만, 중국 버전은 평균 21분 내외로 짧아졌다.

문제의 장면들이 왜 삭제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동영상 플랫폼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의 검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중국 당국은 “동성애 같은 비정상적 성적 관계나 성적 행동을 표현하거나 보여주는 콘텐츠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SCMP는 13일 보도에서 “중국 시청자들이 검열에 익숙하다 해도 ‘프렌즈’ 편집 본은 팬들의 분노를 촉발하고 소셜미디어에서 뜨거운 논쟁을 촉발했다”며 “‘렌즈 검열’이라는 해시태그는 11일 웨이보에서 순식간에 조회 수 1위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곧 ‘프렌즈 검열’이라는 해시태그도 당국의 검열 대상이 됐다”며 “12일 웨이보에서 해당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부 팬은 중국에서 앞서 방영한 무삭제판을 공유하고 있다. 중국 소후비디오가 2012년 판권을 구매해 2018년까지 서비스한 것으로 무검열 버전이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NBC에서 방송한 ‘프렌즈’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영어학습 목적으로 활용하는 이가 많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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