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에 유독 ‘안경 선배’가 많은 이유…

입력 2022-02-14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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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올림픽 위원회의 갈리나 아르센키나. 사진=게이이미지코리아.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획득하며 큰 인기를 끈 여자 컬링 국가대표 ‘팀 킴’의 스킵 김은정은 ‘안경 선배’란 별명을 얻었다.

주목할 점은 컬링 선수 중에 유독 안경 착용자가 많다는 것. ‘팀 킴’만 하더라도 5명(경기 출전은 4명, 1명은 후보) 중 2명(40%)이 이른바 안경잡이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표적으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예선 풀리그에서 팀 킴과 만난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의 갈리나 아르센키나는 커다란 뿔테 안경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14일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지난 12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여자 컬링 최종예선 참가 9개국 주전 선수 36명 중 12명, 즉 1/3이 안경을 착용했다.

대개 운동선수들은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를 선택한다. 하지만 컬링은 아니다. 왜일까.

경기장 환경 때문이다.

컬링은 올림픽 빙상 종목 중에서 섬세함을 가장 많이 요구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아이스 테크니션 총괄을 역임한 한스 우스리히(캐나다)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스하키,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컬링 순으로 허용되는 얼음의 오차범위가 작다”고 설명했다.

컬링은 얼음을 브룸(broom)으로 닦아내 스톤(stone)이 지나가는 길을 만드는 방식으로 경기를 하는데 얼음의 상태에 따라 스톤의 활주 방향과 속도, 거리, 휘어짐 등이 예민하게 바뀐다. 특히 습도가 얼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습도가 높으면 얼음 표면에 오돌토돌하게 붙어 있는 작은 입자인 페블이 쉽게 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컬링 선수들은 페블을 닦아내며 스톤의 움직임을 만든다.

그래서 컬링 경기장은 적정 습도 유지에 공을 들인다. 다른 빙상 경기장은 보통 40∼50%의 습도를 유지하지만, 컬링은 35%를 유지한다. 경기 내내 제습기를 가동하는 컬링 경기장은 매우 건조한 편이다. 이런 환경에서 렌즈를 끼면 안구 건조증을 악화한다.

컬링 선수들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안경을 택하는 이유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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