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통 큰 베팅…현대百과 유통대전 펼칠까

입력 2022-02-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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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를 위한 1, 2차 본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벌써부터 스타필드 여의도 탄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복합쇼핑몰 IFC몰 내부 전경.

여의도 IFC 인수 뛰어든 신세계

공격적 M&A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이지스 자산운용과 2차 본입찰 참여
확보 시 스타필드 입성 가능성 높아
입찰가 4조원…자금 조달 능력 관건
신세계가 서울 여의도 입성을 정조준한 가운데, 벌써부터 현대백화점그룹의 더현대 서울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는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밝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뤄 국내 리딩 유통 사업자가 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스타필드 여의도 탄생하나

신세계의 부동산 종합개발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를 위한 1차 본입찰에 이어 2차 본입찰에도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는 IFC 빌딩 4개동과 복합쇼핑몰 ICF몰로 8만5400m² 규모다. 4개동 중에는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의 최고급 브랜드 콘래드호텔도 포함됐다. 입찰에는 ARA코리아자산운용, 미래에셋맵스리츠, 마스턴투자운용·NH투자증권 컨소시엄, 코람코자산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등이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IFC몰을 스타필드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근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이마트 여의도점 등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있지만, 복합쇼핑몰로 분류되는 스타필드는 없기 때문이다.

IFC몰 길 건너 파크원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으로 분류되나 복합쇼핑몰에 더 가까운 형태인 만큼, 더현대 서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스타필드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도 우세하다. 또 콘래드호텔의 경우, 신세계의 조선호텔 브랜드로 바꿀 가능성도 점쳐진다. 결국 신세계가 유통과 호텔 노하우를 지닌 만큼, 이번 인수합병 과정에서 IFC의 향후 비전을 제시할 때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자체가 IFC에 대한 신세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신세계가 IFC 확보 시 스타필드가 들어서는 것이 이상적이다. 더현대 서울과의 경쟁에서도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스타필드 여의도가 탄생한다면 인근 영등포역에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여의도에 스타필드와 더현대 서울 등 서울 영등포구가 유통기업의 격전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진 부회장



자금 조달 능력이 승부처될 듯

문제는 가격이다. 1차 입찰에서 IFC의 매매가는 최대 4조3000억 원 안팎의 입찰가가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4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딜이라는 점에서 자금 조달 능력이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방식은 이지스자산운용이 매입하고 신세계는 지분 일부를 매입하는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IFC의 중장기 플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세계가 지난해 프로야구단 SSG랜더스(구 SK와이번스), 패션플랫폼 W컨셉을 인수하고, e커머스(전자상거래) G마켓글로벌(구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을 연이어 확보하면서 예전보다 자금 유동성이 여유롭지 않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성수동 이마트 본사, 서울 마곡과 가양동 부지 등을 매각해 2조 원이 넘는 유동성도 확보한 만큼, 자금 조달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 같은 과감한 인수합병 행보에는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인식과 함께, 궁극적으로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이라는 포부가 깔려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제2의 월마트나 제2의 아마존이 아닌 제1의 신세계가 목표”라며 “고객의 온·오프라인 모든 일상을 신세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샷은 100% 빗나간다”는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말을 인용하며 “실패해도 꾸준히 실천할 것”을 당부한 것도 이번 인수합병 실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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