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시즌 막바지에 좌초 위기의 강원 지휘봉을 잡은 최용수 감독은 또 다시 새 역사를 만들었다. 소방수로 부임한 2018년 친정 FC서울의 잔류 드라마를 쓴 그는 강원에서도 짜릿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K리그 승강 PO에서 K리그1 팀이 잔류한 것은 3차례인데, 1차전을 내줬던 팀이 생존한 것은 강원이 최초였다.
가능성 0%를 뚫은 생존의 기쁨도 잠시. 최 감독은 일찌감치 2022시즌으로 시선을 옮겼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선수들의 놀라운 집중력과 투혼이 발휘됐다”고 기뻐하면서도 “내년(2022년)에는 파이널A(1~6위) 진입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목표로 도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원FC 최용수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새 시즌을 앞두고 부산 기장군에 동계훈련캠프를 차린 최 감독과 강원은 부족한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며 전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베테랑 중앙수비수 임채민이 이적하는 등 일부 이탈은 불가피했지만 팀 조직은 단단해졌다. 선수단 내부적으로도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첫 단추는 강원에 굉장히 중요했다. 20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마련된 성남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2’ 홈 개막전(1라운드)에서 승점을 잃을 경우, 지난해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면서 빠르게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최 감독은 결과를 내는 쪽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2021시즌 강원은 시즌 초반 5경기 연속 무승에 빠지며 줄곧 힘겨운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장기전에서도 한 번 흐름이 꺾이면 되살리기란 여간 쉽지 않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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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최용수 매직’이 둥실 떠올랐다. 0-0으로 팽팽하던 균형이 후반 35분 깨졌다. 외국인 공격수 디노가 강원에 선제 결승골을 선사했다. 후반 42분에는 김대원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볼 점유율(%) 44대56, 슈팅 횟수(개) 9대15로 다소 밀리는 듯한 경기였음에도 짜릿한 결실을 챙긴 쪽은 강원이었다. 최 감독과 강원은 소중한 승점 3과 함께 자신감까지 모두 채울 수 있었다.
“파이널 라운드를 높은 순위에서 맞이해야 한다. 들떠선 안 된다. 이제 우린 막 출발했을 뿐”이라며 최 감독은 선수단의 평정심을 강조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강원은 더 이상 패배가 익숙한 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