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는 사람도, 축구도 만든다 [남장현의 피버피치]

입력 2022-0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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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린 영화 ‘킹스맨’에 등장하는 명대사다. 매너가 사람들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준다는 의미로,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내용이다. 몰상식한 행동이 반드시 법적 문제를 야기하진 않지만, 불문율처럼 지켜야 할 무언가가 세상에는 존재하는 법이다.

축구에도 매너가 필요하다. 상대 선수가 다리에 쥐가 나 쓰러졌을 때 누군가 달려가 마사지를 해주고, 부상 충돌이 나오면 터치라인 밖으로 공을 걷어낸 뒤 응급처치를 해주며 의무진이 들어올 시간을 벌어주고, 또 그렇게 스로인 공격권을 얻은 쪽이 상대에게 다시 볼을 넘겨주는 모습을 우리는 ‘페어플레이’라고 부르며 갈채를 보낸다.

얼마 전 K리그에선 몹시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19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FC안양-전남 드래곤즈의 ‘하나원큐 K리그2 2022’ 개막전에서다. 후반 8분 안양 조나탄의 결승골이 나오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하프라인 구역에서 안양 선수 2명이 충돌했다.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킨 뒤 드롭 볼을 선언했다. 대개의 경우처럼 안양도 전남에 다시 공을 건넨 뒤 플레이를 재개해야 했지만, 뜻밖에도 안양 선수는 주심에게 문의하곤 공격을 전개해 결승골을 뽑았다.

“명백한 스포츠맨십 결여 행위”라는 전남의 강한 반발에 안양은 “규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맞받았다. 물론 맞는 얘기다. 대한축구협회 경기 규칙에 따르면 마지막 터치를 한 팀의 선수에게 공을 떨어트려 플레이를 재개하도록 했고, 안양은 이에 따라 공격을 시도했다.

그래도 뒷맛이 씁쓸하다. 안양의 결승골은 여러모로 축하받기 어렵다. 오히려 시즌 첫 논란거리가 됐다. 명문화된 규정은 없더라도 안양이 볼 소유권을 전남에 넘겼다면, 득점 후 벤치가 실점을 주문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시간이 흘러 훗날 승자만 기억된다고 하나 꼭 그렇진 않다. 과거의 ‘행복한 해프닝’을 팬들은 종종 떠올린다. 1997년 4월 부천SK-울산 현대전이 그랬다. 상대에게 볼을 넘겨주려던 부천 윤정환의 롱킥이 골로 연결되자, 부천은 곧장 골문을 열어줘 1-1로 비겼다. 2013년 7월 전북 현대-성남FC전에선 전북 이동국이 상대 진영으로 찬 볼이 골네트를 흔들자, 전북 골키퍼 최은성이 고의 자책골을 넣었다. 안양처럼 규정만 고집했더라면 이런 추억들은 결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멋진 플레이도 좋지만 페어플레이, 짜릿한 골보다는 융통성을 가미한 매너를 때로는 더 보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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