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에이스 양효진 “신기루 같은 시즌…그래도 즐거웠다” [인터뷰]

입력 2022-03-24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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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V리그 여자부는 2021~2022시즌 6라운드 도중 조기 종료됐다. 정규리그 1위 현대건설의 충격이 가장 컸다. 포스트시즌을 통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렸던 꿈이 산산조각이 났다.

팀의 에이스 양효진(33)은 할 말을 잃었다. 이번 시즌 여자부는 코로나19로 2차례나 리그가 중단됐다. 그는 “첫 번째 브레이크에선 리그 재개를 걱정하지 않았다. 2번째도 ‘괜찮겠지’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또 다시 집단 감염 소식이 들렸을 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막상 리그가 종료되니 마음이 공허하고 뒤숭숭했다. 우리가 쌓아 올린 것들이 신기루처럼 없어진 느낌”이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젠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그는 “그래도 이번 시즌은 재미있었다. 무려 28승이나 하지 않았나. 정말 많이 이긴 시즌이었고, 진짜 즐거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부상 없는 한 시즌은 감사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2년 전에도 똑 같은 상황을 맞았다. 코로나19 탓에 조기 종료되면서 정규리그 1위에 만족했다. 하지만 상황은 조금 달랐다. 양효진은 “당시에도 챔프전 직행에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포스트시즌에 대비한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이번엔 승점 1을 남겨두고 1위 세리머니를 하지 못한 것은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은 역대 최다인 15연승을 하는 등 절대 강자였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서 이처럼 승승장구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양효진은 ‘팀워크’와 ‘기본’에서 찾았다. 그는 “도쿄올림픽 출전 때문에 강성형 감독님과 비 시즌 훈련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코보컵에 출전한 우리 팀이 많이 달라져 있더라. 수비, 토스, 공격 등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맞아 안정된 느낌이었다”면서 “기본이 잘되다보니 팀워크도, 결과도 모두 좋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양효진은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속공(성공률 55.60%)과 블로킹(세트당 0.744개)에서 나란히 1위에 오르며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빛났다. 속공은 연속 1위였고, 11시즌 연속 정상이었다가 지난해 5위(세트당 0.545개)로 처졌던 블로킹에서도 자존심을 되찾았다.

전문가들은 양효진의 허를 찌르는 속공을 두고 ‘달인 수준’이라고 칭찬했다. 양효진은 “경기에 나서면 어떻게 하면 상대 블로킹을 뚫을까만 생각한다. 항상 그 생각뿐”이라면서 “그런 집중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블로킹은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을 이끈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도움을 받았다. 양효진은 “저에 대해 칭찬과 함께 보완점을 얘기해주셨다. 손가락 수술 이후 공중에서 볼이 잘 안 잡혔는데, 그걸 집중적으로 연습해 올림픽에서도 그렇고, 이번 시즌에서도 잘 됐다”고 흐뭇해했다.

그렇다면 양효진은 다음 시즌에도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을까.

한국배구연맹(KOVO)이 24일 13명의 여자부 자유계약선수(FA) 명단을 공시한 가운데 4번째 FA 자격을 얻은 양효진의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두 구단이 탐낼만하지만 9년 연속 ‘연봉퀸’에 오를 정도의 높은 몸값과 보상 규모로 이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이 우세하다.

양효진은 “잘 모르겠다. 지금은 별다른 생각이 없다”면서 “그동안 구단에서 대우를 많이 해주셨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말을 아꼈다. 협상 마감은 4월 6일 오후 6시까지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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