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그토록 기다렸던 양창섭,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대구 스타]

입력 2022-04-13 2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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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양창섭.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데이비드 뷰캐넌~루이스 수아레즈~원태인~백정현의 1~4선발 구성을 일찌감치 마치고, 5선발만 확정하면 됐다. 5선발 후보군도 확실했다. 양창섭(23)과 장필준(34) 가운데 한 명을 정하면 됐다. 2명 모두 시범경기에서 괜찮은 구위를 뽐낸 터라 허삼영 삼성 감독의 결정에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장필준의 컨디션 난조로 양창섭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다. 입단 첫해인 2018년 19경기에서 7승6패, 평균자책점(ERA) 5.05를 올리며 선발진에 큰 힘이 됐다. 하지만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아 이듬해를 통째로 쉰 탓에 어둠이 드리워졌던 게 사실이다. 지난 2년간 1군 등판이 총 16경기에 그쳤는데, 그나마도 모두 구원이었다. 데뷔 시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기억이 점점 잊혀져갈 무렵 주어진 선발경쟁의 기회, 그로선 결코 놓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과정은 매우 순조롭다. 첫 등판이었던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이닝 3안타 2볼넷 3삼진 무실점으로 첫 승을 따냈고, 13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6이닝 4안타 1홈런 무4사구 4삼진 1실점으로 2승째를 따냈다. 2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팀의 12-1 승리에 기여하며 선발진에서 유일한 2승 투수가 됐다. “양창섭은 구종으로 양 코너를 활용할 줄 아는 투수”라며 “마운드에 서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지만, 포수 강민호가 양창섭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좋은 투구가 가능할 것”이라던 허 감독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날 양창섭은 최고구속 144㎞의 직구(44개)와 슬라이더(28개), 포크볼(9개), 커브(6개)를 섞어 총 87구를 던졌다. 이닝당 14.5구의 효율적 투구였다. 특히 22명의 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81.8%(18회)에 달했는데, 이는 4사구를 허용하지 않고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간 원동력이었다.

2회초 2사 후 장운호에게 불의의 솔로홈런을 허용한 뒤에도 공격적 투구를 멈추지 않았다. 3회부터 5회까지는 단 한 차례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은 비결이다.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덕수고 시절 2년 연속(2016~2017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던 에이스의 위용이 느껴졌다.

타자들도 모처럼 힘을 냈다. 앞선 5경기에서 총 12득점에 그친 아쉬움을 단박에 씻어냈다. 4-1로 앞선 6회말 호세 피렐라의 솔로홈런을 앞세워 3점을 뽑아 양창섭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고, 7회말에는 오재일의 3점홈런까지 터졌다. 둘 다 올 시즌 첫 홈런으로 팀과 양창섭의 승리를 도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선발진에 안착한 양창섭의 2022시즌이 기대된다.

대구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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