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설경구 “학폭 가해자 아빠역…부모의 역할 돌아봐” [인터뷰]

입력 2022-04-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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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가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통해 학교 폭력 가해자의 부모를 연기하면서 느낀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사진제공|(주)마인드마크

27일 개봉작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설경구

현실이 영화보다 악랄하고 끔찍
내 아이들과 함께 보고 다룰 주제
피해자 엄마 문소리와 호흡 맞춰
현장서 지켜보는 내내 가슴 뭉클
“무능력함과 공포”

배우 설경구(53)가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니 부모, 제작 더타워픽쳐스)를 촬영하며 느꼈던 감정이다. 어른으로서 매년 더 악랄해지는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무능력함을 느껴 괴로웠고, 혹시 내 아이에게도 이런 일이 닥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밀려왔다.

27일 개봉하는 영화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빠를 연기하며 “자신을 대입하거나 감정을 섞지 않고” 최대한 ‘가해자의 아빠’라는 캐릭터에만 몰입했다. 감히 겪어보지도, 혹은 당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나라면 다를 거야”라고 단정 지어 연기할 수 없었다. 다만 영화가 담은 “진심”이 관객에게 “오롯이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만 꾹꾹 눌러 담았다.


●“부모의 책임에 대해 고민”


피해 학생이 폭행당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가해자의 부모들이 함께 보던 장면의 촬영을 잊을 수가 없다. 끔찍한 장면임에도 “현실이 영화보다 더 악랄하고 끔찍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더욱 서글펐다.

“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잖아요. 오히려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학교 폭력 사건은 더욱 잔인해지는 것 같아요. 더욱 지능화되고 있죠. 이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며 지금도 누군가는 이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어요.”

영화 촬영 전에는 ‘학생들의 문제’로 바라봤던 학교 폭력을 ‘부모의 책임’의 문제로 더욱 확장시켜 바라보게 됐다. “(가해자들이) 용서받을 기회마저 부모가 없애 버렸다”는 영화 속의 대사가 가슴에 박혔다.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돌이켜 보게 됐어요. 아이가 커가면서 부모와 어떤 교감을 나눠야 하는지, 또 잘못은 저지른 아이를 대하는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곱씹게 됐죠. ‘자식이 괴물이 되고 부모가 악마가 됐다’는 문구에 많은 게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세상을 바꾸진 못할지라도…”


앞서 세 편의 영화를 함께 한 배우 문소리와 9년 만에 작품을 통해 다시 만났다. 평소에도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친남매” 같은 동생이지만 학교 폭력 가해자의 부모와 피해자의 부모로 만난 이번 현장에서는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문)소리와 이전에 작업 할 때는 자주 밥도 먹고 술도 한잔했는데 이번에는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간단한 대화 외에는 사적인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았죠. 소리가 피해자의 어머니로서 몰입할 온전한 자기 시간이 필요해 보여서 일부러 좀 떨어져 있었죠. 감히 접근할 수도 없었지만 그런 소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가해자의 아버지를 연기했지만 영화를 보며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 역시 문소리와 유일하게 교내 학교 폭력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간제 교사 역을 소화한 천우희였다. 두 사람을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시사회에서 우리 영화를 좋게 봤음에도 이 영화를 아이들과 같이 봐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저는 아이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눠야 할 영화라고 생각해요. 고작 영화 한 편이 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영화라는 매체가 꾸준히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건드려야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고 믿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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