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기회 살린 오재원, 간절했던 베테랑의 포효 [잠실 스타]

입력 2022-04-27 22: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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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8회말 2사 2루 두산 오재원이 다시 앞서가는 1타점 적시타를 치고 1루에서 기뻐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흐름을 완전히 넘겨줄 위기에서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은 놓치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 오재원(37)이 결정적인 한 방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오재원은 두산 내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두산이 7년 연속(2015~2021시즌)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하는 데 적잖은 공을 세웠음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특히 벤치 사인 없이도 내야 수비를 진두지휘한 것은 웬만큼 경험을 축적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2010년대 두산의 전성기를 이끈 2루수로 오재원을 꼽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 132경기에서 타율 0.313(473타수 148안타), 15홈런, 81타점의 커리어 하이를 찍은 뒤부터는 성적이 급전직하했다. 지난 3년간(2019~2021년) 228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0.191(404타수 77안타)에 불과했다. 타격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잔부상까지 늘어난 탓에 지난해에는 45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해는 2020시즌을 앞두고 맺은 3년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 마지막 해다. 그만큼 간절하다. FA 계약 첫해인 2020년 포스트시즌(PS)의 활약 덕에 큰 경기에 강하다는 이미지는 유지했지만,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던 게 사실이다. 출전 빈도가 줄어든 탓에 수비와 주루에서 존재감을 뽐낼 기회도 적었다. 선수생활의 기로에 선 올해는 지난 3년과 달라야 했기에,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올해도 초반의 흐름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6일까지 15경기에서 타율 0.160(25타수 4안타), 3타점, 출루율 0.185에 그쳤다. 1루 대수비 요원으로 꾸준히 그라운드에 섰지만, 이전과 같은 강한 존재감을 기대하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27일 잠실 NC전에선 달랐다. 8회초 강진성을 대신해 1루 수비에 나선 오재원은 5-5로 맞선 8회말 2사 2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8회초까지 5-3이었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한 상황. 득점에 실패하면, 그대로 흐름이 넘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앞선 타자 허경민이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득점권 찬스를 만든 터였다.

오재원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볼카운트 1B-2S에서 좌완 사이드암 임정호의 4구째 커브를 받아쳐 2루수 키를 넘기는 중전적시타로 연결했다. 1루에 도달한 오재원은 한창 좋았을 때 그랬듯, 관중석을 가리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팬들의 함성도 어느 때보다 컸다. 김강률의 깔끔한 마무리로 6-5의 승리를 확정한 순간, 오재원도 모처럼 활짝 웃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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