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자연 품은 강진…일주일만 지내볼까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2-06-03 09: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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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아래 태평양다원이 운영하는 장대한 규모의 차밭 강진다원. 33만3000㎡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로 시야 가득 펼쳐진 부드러운 곡선의 너른 차밭과 월출산의 바위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강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 한번쯤 머물고 싶은 여행지

요즘 떠오르는 체류형·슬로 투어에 제격
‘화방사’ 아래로 펼쳐진 들녘, 절로 힐링
호남 3대 정원 ‘백운동원림’서 인생사진
가우도로 가는 ‘함께海 길’ 트레킹 명소
바다 위 짚트랙부터 먹부림 즐거움 만끽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자. 그곳 모란이 활짝 핀 곳에 영랑이 숨쉬고 있네.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자. 그곳 백제의 향기 서린 곳 영랑이 살았던 강진.”

1979년 MBC 대학가요제 은상곡 ‘영랑과 강진’의 노랫말이다. 40년이 훌쩍 넘은 옛 노래에 나오던 그곳, 강진을 최근 찾아갔다. 노래 속 모란이 만개한 때는 지났지만 쨍하게 맑고 푸른 하늘이 이어지는 요즘, 강진에는 노래에 담겨 있던 애잔하면서 정겨운 감흥이 넘치고 있었다.


●산자락 아담한 절집, 가슴 탁 트이는 다원

접근성만 따지면 강진은 편한 여행지가 아니다. KTX를 타도 광주송정이나 나주서 내려 다시 차로 제법 가야 한다. 일정이 촉박하다면 사실 강진의 오밀조밀한 매력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그런데 바꿔 생각하면 요즘 인기인 ‘∼일 살기’식의 체류형 투어나 여유를 중시하는 ‘슬로투어’ 같은 여행에는 강진만한 곳이 드물다.

강진에는 꽤 많은 절들이 있다. 신라 말 창건한 백련사, 동양 최대 황동아미타여래좌상이 있는 남미륵사, 고려 초 선종 사찰로 유명했던 무위사, 보물 제1843호 석가여래삼불좌상이 있는 정수사 등 저마다 오랜 역사와 귀한 문화재를 자랑한다

하지만 초여름 강진여행의 여유와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군동면 화방사를 추천한다. 402m 화방산 중턱에 자리한 화방사는 해남 대흥사의 말사다. 일단 앞에서 소개한 절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절집 규모가 작다. 워낙 아담해 5분이면 다 돌아본다.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담백한 산사의 매력이 넘친다. 고즈넉하면서 한가로운 산사의 계단에 앉아 눈 아래로 펼쳐진 들녘을 바라보면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진다. 화방사에서 북서쪽 월출산 방향으로 가면 마치 녹색 바다가 열린 것 같은 장관이 등장한다. 태평양다원에서 운영하는 차밭 ‘강진다원’이다. 33만3000m²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를 자랑한다. 시야 가득 펼쳐진 너른 차밭과 그 너머로 보이는 월출산의 바위가 절경을 연출한다.

인근 백운동원림은 호남의 3대 정원으로 꼽힌다. 정약용, 초의선사, 이시헌 등이 교류하던 곳으로 유명한데, 호남 전통 별서정원의 원형을 지니고 있다. 오밀조밀하게 구성된 공간을 거니는 재미가 남다르다. 하늘로 우뚝 솟은 울창한 대밭 오솔길은 인증샷 명소다.

402m 화방산 중턱에 자리한 아담한 산사 화방사. 작은 규모의 절집이지만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산사 정취가 매력적인 곳이다(위). 요즘 가우도의 명물이 된 액티비티 짚트랙. 섬 정상 청자전망대에서 바다 위를 가로질러 내려온다. 강진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지역민이 연기하는 영랑의 로맨스

가우도는 강진의 8개 섬 중에 유일한 유인도다. 대구면과 도암면 사이 바다에 있어 다리로 양쪽이 연결됐다. 해변을 따라 생태탐방로 ‘함께해(海) 길’이 조성되어 가벼운 트레킹에 좋다. 요즘은 섬 정상부 청자전망탑에서 대구면까지 이어진 짚트랙이 액티비티로 인기다. 다른 곳에 비해 높이나 길이가 압도적이진 않지만 바다 위를 빠르게 질주하는 박진감이 상쾌하다.

군의 중심 강진읍에는 한옥체험시설 사의재가 있다. 정약용이 유배왔을 때 처음 머물던 곳을 한옥숙박과 문화체험 가능한 곳으로 가꾸었다. 사의재에서는 주말마다 지역민들이 직접 출연해 꾸미는 공연이 열린다. 이번 여행길에는 강진을 대표하는 시인 김영랑, 무용가 최승희의 로맨스를 소재로 한 무대와 초의선사의 이야기를 남도 소리에 담은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끝으로 남도여행의 재미에 식도락을 빼놓을 수 없다. 하멜기념관이 있는 병영면에는 연탄불에 구워 불향이 듬뿍 배인 돼지불고기를 맛볼 수 있다. 아예 동네가 ‘병영 돼지불고기거리’로 특화되어 있다. 월출산 초입의 성전면 경포대산장에는 토종닭 코스 요리가 있다. 닭갈비, 백숙 등과 더불어 닭육회를 내놓는다. 신선한 토종닭의 가슴살과 근위(모래집)를 회처럼 생으로 내놓는데, 날고기라는 선입관과 달리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강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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