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정은혜 “혼자 전철 무서웠는데…이젠 따뜻한 시선 행복” [인터뷰]

입력 2022-06-1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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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 작가 정은혜는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니 얼굴’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다운중후군을 앓고 있는 그는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우리들의 블루스’로 감동 전한 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

노희경 작가 시사회 참석 눈물
호흡 맞춘 지민 언니·우빈 오빠
‘매일 잘한다, 예쁘다’ 큰 힘 돼
제 영화 ‘니얼굴’ 기대해주세요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사진도 찍어달라, 사인도 해달라 해요. 하나도 귀찮지 않아요.”

12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얼굴을 알린 정은혜(32) 캐리커처 작가는 몇 번이나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쏟아진 따뜻한 격려와 관심 덕분이다.

실제 다운증후군을 앓는 정 작가는 극중 한지민의 발달장애인 언니 역을 연기하며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본인의 경험으로 녹여내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또 자신의 작품을 드라마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제작진은 2013년부터 5000여 명의 얼굴을 그려온 캐리커처 작가인 그의 모습에서 캐릭터를 착안했다.

정 작가는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영화 ‘니 얼굴’에도 나선다. 연출자 서동일 감독, 만화작가인 장차현실 프로듀서와 함께 관객을 만난다. 두 사람은 정 작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아버지와 어머니이다.


●“한지민 언니·김우빈 오빠, 고마워요”


16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정은혜 작가는 드라마 출연 이후 “멋지다. 잘 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따로 (연기)연습은 안 했다. 그냥 타고난 실력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서동일 감독은 “내가 얼마나 대본을 읽어주고 연습을 도와줬는데. 그런 건 다 잊어버렸나 보다”며 웃었다.

사실 드라마 대본을 쓴 노희경 작가와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출연까지 하게 될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극중 장애인 캐릭터를 위한 취재 인터뷰라 생각했다. 그런데 첫 만남에서 노 작가는 출연을 제의해왔다. 노 작가는 14일 ‘니 얼굴’ 시사회에도 참석해 정 작가와 쌓은 우정을 드러냈다. 이에 눈물을 쏟은 정 작가는 “마음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다. 나를 예쁘게 봐주고 섭외도 해줬다”고 말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호흡을 맞춘 한지민과 김우빈도 자신에게 늘 따뜻했다고 정 작가는 돌이켰다. “지민 언니랑 우빈 오빠가 지난해 11월 11일 생일 파티도 해줬다. 매일 잘 한다고 말해줬다. 늘 예쁘다 귀엽다 해줬다”며 미소 지었다.

서 감독은 “톱스타인 두 사람이 현장에서 은혜를 살뜰히 돌봐주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두 사람 모두 첫 만남 때부터 은혜에게 먼저 전화번호를 물었다. 지금도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더라. 한지민은 은혜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화장실 가는 것까지 함께 해줬고, 김우빈은 은혜가 추울까봐 늘 점퍼를 벗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달라진 사람들 시선 느껴”


정은혜 작가는 드라마 방영 이후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달라진 태도를 느끼고 있다. “드라마 찍기 전에 혼자 전철 타고 다니면 막 만지거나 성희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때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지금은 사람들과 있으면 너무 행복하다. 다 나에게 좋은 말을 해준다”고 말했다. 이에 서 감독은 “은혜는 예전과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드라마로 사람들의 시선이나 인식이 바뀌는 걸 보며 문화예술이 가진 마법 같은 힘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니 얼굴’을 통한 또 다른 변화를 기대한다는 서 감독은 “발달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늘 어둡고 불편한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난 밝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발달장애인이 아닌 매력 있는 한 명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정 작가도 ‘니 얼굴’을 통해 새롭게 만나게 될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운 마음으로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러 와주신 팬들과 사진도 많이 찍고 추억도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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