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하나원큐 K리그1 2022’의 기류는 전혀 다르다. 홍명보 감독의 울산이 제대로 독기를 품은 모습이다. A매치 휴식기 이전 15라운드까지 승점 36으로 전북(승점 25)을 크게 따돌렸다. 반환점도 채 돌지 않은 시점에서 두 팀의 간격이 두 자릿수 승점까지 벌어진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1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두 팀의 16라운드 맞대결, K리그 통산 106번째 ‘현대가 더비’는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90분 내내 그라운드에는 긴장이 가득했다. 기세를 지키려는 홈팀도, 반전을 노린 원정팀도 물러설 수 없었다. 특히 전북은 개막 직후인 3월 초 안방에서 0-1로 패한 수모까지 되돌려줘야 했다.
다만 경기 준비는 극명하게 달랐다. 울산은 ‘평소처럼’을 외쳤다. 경기 전날 클럽하우스에서 숙식을 함께한 뒤 결전에 임하는 홈경기 패턴을 고수했다. 2019년 5월 12일 맞대결(2-1)이 전북을 상대로 한 최근 마지막 안방 승리였음에도 최대한 기존의 리듬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울산 벤치는 판단했다.
“(코칭스태프는) 라이벌전을 앞두고 합숙을 늘리거나 훈련 프로그램을 바꾸는 등 갑자기 변화를 주면 오히려 선수단의 스트레스와 긴장도를 극대화시켜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게 울산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반면 전북은 평소와 달랐다. 2박3일 일정으로 적진에 입성했다. 17일 오전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서 짧게 손발을 맞춘 뒤 오후 울산으로 향했고, 18일 마무리 훈련까지 했다. 육로 이동이 가능한 지역으로 떠날 때 원정팀이 이틀 이상 머무는 경우는 몹시 드물다. 2박 이상 필요한 지역은 국내에선 제주도가 사실상 유일하다.
전북 구단 임직원들도 대거 울산을 찾았다. 본래 대표이사를 포함해 많아야 3명 남짓한 인원이 원정경기를 관전했으나, 올 시즌 2번째 ‘현대가 더비’를 앞두고는 훨씬 많은 이들이 울산을 방문했다. 더욱이 전북 팬들이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모기업) 본사 앞에서 올 시즌 부진한 경기력에 대해 김상식 감독을 질타하는 내용의 트럭시위까지 펼친 바 있어 더욱 절박했다. 전북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를 엄중하게 느끼고 있다. 구단도, 선수단도 팬들이 무얼 우려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위기에서 전북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전반에만 감비아 공격수 모 바로우의 선제골, 쿠니모토의 멀티 골로 일찌감치 승부를 가른 뒤 전반 40분 울산 엄원상에 만회골을 내줬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투지로 3-1 승리를 지켰다. 이로써 두 팀의 간극은 승점 8점으로 다시금 좁혀졌다. 전북은 승점 28을 쌓아 3위로 올라섰고, 선두 울산은 승점 36에 멈췄다. 이번만 놓고 보면 적시적소의 변화로 팀에 긍정의 자극을 준 전북의 전략이 통한 셈이다.
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