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낚은’ 전북, 결전 이틀 전 적진 입성 카드가 통했다 [현장리포트]

입력 2022-06-2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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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1부)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는 최근 수년간 치열하게 우승을 다퉜다. 결과는 매번 같았다. 리그 5연패에 성공한 전북이 항상 웃은 반면 울산은 번번이 준우승에 그쳐 눈물을 쏟아냈다. 2019년에는 승점 동률(79점)을 이뤘으나 다득점에서 전북이 앞섰고, 2020년에는 승점 3점, 지난해는 2점 차이에 불과했다.

‘하나원큐 K리그1 2022’의 기류는 전혀 다르다. 홍명보 감독의 울산이 제대로 독기를 품은 모습이다. A매치 휴식기 이전 15라운드까지 승점 36으로 전북(승점 25)을 크게 따돌렸다. 반환점도 채 돌지 않은 시점에서 두 팀의 간격이 두 자릿수 승점까지 벌어진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1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두 팀의 16라운드 맞대결, K리그 통산 106번째 ‘현대가 더비’는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90분 내내 그라운드에는 긴장이 가득했다. 기세를 지키려는 홈팀도, 반전을 노린 원정팀도 물러설 수 없었다. 특히 전북은 개막 직후인 3월 초 안방에서 0-1로 패한 수모까지 되돌려줘야 했다.

다만 경기 준비는 극명하게 달랐다. 울산은 ‘평소처럼’을 외쳤다. 경기 전날 클럽하우스에서 숙식을 함께한 뒤 결전에 임하는 홈경기 패턴을 고수했다. 2019년 5월 12일 맞대결(2-1)이 전북을 상대로 한 최근 마지막 안방 승리였음에도 최대한 기존의 리듬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울산 벤치는 판단했다.

“(코칭스태프는) 라이벌전을 앞두고 합숙을 늘리거나 훈련 프로그램을 바꾸는 등 갑자기 변화를 주면 오히려 선수단의 스트레스와 긴장도를 극대화시켜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게 울산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반면 전북은 평소와 달랐다. 2박3일 일정으로 적진에 입성했다. 17일 오전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서 짧게 손발을 맞춘 뒤 오후 울산으로 향했고, 18일 마무리 훈련까지 했다. 육로 이동이 가능한 지역으로 떠날 때 원정팀이 이틀 이상 머무는 경우는 몹시 드물다. 2박 이상 필요한 지역은 국내에선 제주도가 사실상 유일하다.

전북 구단 임직원들도 대거 울산을 찾았다. 본래 대표이사를 포함해 많아야 3명 남짓한 인원이 원정경기를 관전했으나, 올 시즌 2번째 ‘현대가 더비’를 앞두고는 훨씬 많은 이들이 울산을 방문했다. 더욱이 전북 팬들이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모기업) 본사 앞에서 올 시즌 부진한 경기력에 대해 김상식 감독을 질타하는 내용의 트럭시위까지 펼친 바 있어 더욱 절박했다. 전북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를 엄중하게 느끼고 있다. 구단도, 선수단도 팬들이 무얼 우려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위기에서 전북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전반에만 감비아 공격수 모 바로우의 선제골, 쿠니모토의 멀티 골로 일찌감치 승부를 가른 뒤 전반 40분 울산 엄원상에 만회골을 내줬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투지로 3-1 승리를 지켰다. 이로써 두 팀의 간극은 승점 8점으로 다시금 좁혀졌다. 전북은 승점 28을 쌓아 3위로 올라섰고, 선두 울산은 승점 36에 멈췄다. 이번만 놓고 보면 적시적소의 변화로 팀에 긍정의 자극을 준 전북의 전략이 통한 셈이다.

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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