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그 ‘벤치 대기’에 담긴 홍원기 감독의 메시지

22일 고척스카돔에서 ‘2022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가 열렸다. 6회말 무사 키움 푸이그가 좌전 안타를 치고 2루까지 달렸으나 아웃되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푸이그뿐 아니라 선수단 전체에 주는 메시지다.”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선수 야시엘 푸이그(32)는 23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 내내 덕아웃을 지켰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그 이유는 24일 경기 시작에 앞서 확인됐다.

키움 홍원기 감독(49)은 “푸이그가 오늘은 선발로 출전한다. 어제(23일) 경기에서 기용하지 않은 것은 확실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푸이그뿐이 아니다. 선수단 전체를 향한 메시지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푸이그는 24일 삼성전에선 지명타자로 6번 타순에 배치됐다.

발단은 푸이그의 느슨한 플레이였다. 푸이그는 22일 삼성전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좌익수 방면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홈런임을 확신한 듯 타격 직후 뛰지 않고, 날아가는 공을 응시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만큼 비거리가 나오지 않았다. 공은 펜스 상단을 때리고 떨어졌다. 뒤늦게 전력질주한 탓인지 푸이그는 1루를 밟긴 직전 스텝마저 꼬여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 2루까지 내달렸지만, 그 사이 삼성 야수진은 공을 정확하게 2루까지 배달했다. 결과는 태그아웃.

1-0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키움은 추가득점 찬스를 놓쳤다. 다음타자 송성문이 안타를 때려냈으니 푸이그가 2루에서 아웃된 게 더욱 뼈아팠다. 푸이그는 1-0으로 앞선 8회말 1사 1루서 다시 나왔으나 이번에는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고, 9회초 수비부터 박준태로 교체됐다.

키움 푸이그. 스포츠동아DB

메이저리그 시절 악동 이미지가 강했던 푸이그다. 하지만 국내무대에선 순한 양으로 변했다. KBO리그에 적응하느라 특유의 파워 넘치는 스윙을 보여주지 못한 적은 있어도 돌출행동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 동료들과도 잘 지낸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홍 감독은 푸이그의 느슨한 플레이가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23일 덕아웃에 대기시키는 강수를 뒀다. 키움은 올 시즌 선수들의 고른 활약 덕분에 전반기 내내 상위권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름값이 아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홍 감독이다.

고척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