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물거품 됐지만…‘벨호’, 월드컵 가는 길에서 얻은 교훈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7년만의 동아시아 여자축구 정상 등극은 좌절됐지만, 2023호주·뉴질랜드여자월드컵으로 향할 대표팀은 값진 교훈을 얻었다.

콜린 벨 감독(잉글랜드)이 이끄는 여자축구국가대표팀은 23일 일본 가시마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차전에서 중국과 1-1로 비겼다. 전반 34분 최유리(현대제철)의 멋진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후반 31분 코너킥 상황에서 왕린린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2월 인도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 결승에서 당한 2-3 패배를 설욕하지 못했다.

1무1패, 승점 1에 그친 대표팀의 우승 가능성은 사라졌다. 3차전에서 대만을 제압해도 이미 2승을 쌓은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 2005년 여자부 1회 대회 이후 17년만의 우승을 향한 기대감은 물거품이 됐다.

‘벨호’는 이번 대회에서 얻은 교훈을 뼈에 새겨야 한다. 중국전을 마친 뒤 벨 감독은 “2경기를 통해 강점과 약점을 파악했다. 축구는 결과가 중요하다. 2승을 거둘 수 있는 경기에서 1무1패를 했다”며 “피지컬과 파워를 올려야 한다. (아시안컵 이후) 5개월 동안 많이 개선됐지만, 선제골 이후 추가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피지컬, 파워, 수비 집중력 저하는 대표팀의 고질적 문제였다. 올림픽 예선, 아시안컵 결승 등 중요한 길목마다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19일 일본전에선 피지컬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안일한 수비 탓에 1-2로 패했다. 중국전에선 투지로 맞섰지만, 끝내 세트피스에서 수비가 무너졌다. 더 높은 수준의 힘과 집중력이 필요한 월드컵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그래도 공격전개 과정에서 세밀함이 향상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지소연(수원FC 위민)~이영주(마드리드CFF)~조소현(토트넘 위민)으로 이어지는 허리 라인, 최유리와 박은선(서울시청) 등 서로 다른 유형의 골잡이들이 힘을 합쳐 다양한 공격 패턴을 만들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