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속 깊이 마셔라” 가영의 비올라가 전하는 밤공기 [나명반]

Night air Viola brings.
‘비올라가 전하는 밤공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비올리스트 가영의 앨범. 지난해 9월 ‘Vivaldi: 6 Cello Sonatas (performed on Viola)’ 이후 1년 만에 출시된 가영의 세 번째 클래식 정규 앨범이다.

‘밤의 음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녹턴(야상곡)’이다. 이 앨범은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녹턴을 중심으로 밤의 정취에 어울리는 곡들로 구성했다.

가영의 비올라가 날숨으로 뿜어내는 밤의 공기는 눅눅한 도심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고즈넉한 저녁에 낭만적인 정취에 빠져들거나, 마법의 양탄자처럼 기분 좋은 일탈을 함께 할 수 있는 앨범이 되었으면 좋겠다”던 가영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앨범 속 ‘밤의 음악’들은 양탄자를 타고 날듯 경쾌하고 상큼하다.

이 앨범의 가치는 더 있다.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들이 다수 발견된다는 것인데, 특히 칼리보다의 6개 야상곡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음반이 매우 드물며 자주 연주되지 않는 작품이다.

이 앨범은 라이네케(Carl Reinecke)의 환상소품 3곡으로 시작해 칼리보다(Johann Wenzel Kalliowoda)의 6개의 야상곡을 거쳐 베토벤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야상곡으로 마무리된다. 베토벤의 녹턴은 원래 현악3중주를 위한 작품이지만 그의 제자 클라인츠가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야상곡으로 편곡했다.

비올라의 연주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다양한 학구적 실험을 이어온 가영다운 앨범이다. 정통 클래식과 퓨전, 대중적인 장르를 오가며 연주활동을 해 온 가영(그의 연주를 탱고로 처음 접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의 자유로운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섬세하고 활달, 유쾌해 주름진 구석이 없는 연주이면서 소리와 음악적 구성이 견고하다.

‘노래하는 비올라’의 소리가 궁금하다면 꼭 한번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앨범. 빈티지하면서 두툼한 소리를 가진 비올라가 누구의 어깨 위에 얹히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가영이 말한 ‘기분 좋은 일탈’이 딱 이 이 지점이 아니었을까.

오늘, 밤공기가 참 맑고 상쾌하다.

※ 이 코너는 최근 출시된 음반, 앨범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코너의 타이틀 ‘나명반’은 ‘나중에 명반이 될 음반’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