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훈련한 KT 박병호 “가을야구 한 경기라도”…의지 본 사령탑 “걷기도 힘들 텐데”

KT 박병호. 스포츠동아DB

“가을야구 한 경기라도….”

KT 위즈 박병호(36)가 담금질에 나섰다. 박병호는 20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 앞서 타격훈련을 진행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른 자세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무릎을 꿇고 앉은 상태로 공을 친 것이다.

이날은 박병호가 부상 이후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은 날이다. 박병호는 10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상대의 태그를 피하려다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그로부터 10일 만에 다시 밟은 그라운드다.

병원 검진 결과 인대 파열 소견을 받을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박병호는 그럼에도 수술 대신 재활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어떻게든 포스트시즌에 나서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앉아서 타격훈련을 한 것도 복귀시점을 앞당기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박병호의 훈련 장면을 본 이강철 KT 감독은 “(부상 부위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손에 방망이를 쥔 채 감각을 계속 익혀야 하니 (앉아서 타격훈련을) 하는 것”이라며 “몸 상태가 더 좋아지면 빨리 복귀할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그날을 기다리면서 몸을 만들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또 “(박)병호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사실 아직까지 걷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다 이른 시점에 잘 걷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다쳤을 때는 걷기도 힘들 줄 알았다. 그럴 텐데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강한 의지까지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병호는 KT 타선에 꼭 필요한 존재다. 올 시즌 120경기에서 타율 0.273, OPS(출루율+장타율) 0.894, 33홈런, 9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전열에서 이탈한 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홈런 부문에선 여전히 독보적 1위다.

박병호가 없는 KT 타선에선 강백호와 외국인타자 앤서니 알포드 등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4번타자로 팀 내 가장 많은 109경기에 선발출전한 박병호의 부재는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라 빈자리는 더욱 커 보인다.

박병호는 포스트시즌에서 뛰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는 “부상 이후 치료를 받아오다가 그라운드를 처음 밟았다. 걷는 것도 일종의 재활이라고 생각해 테이프로 감고 개인훈련을 진행했다”며 “가을야구에서 한 경기라도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방망이도 잡았고,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오른쪽 무릎을 꿇고 타격을 진행했다. 대타 한 타석이라도 꼭 팬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