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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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황소’가 날뛴다. 딱 맞는 옷을 입은 황희찬(26·울버햄턴)의 질주가 카메룬전은 물론 잉글랜드 무대까지 이어지길 기대할 뿐이다.

2022년 들어 황희찬의 울버햄턴에서 활약상은 몹시 아쉽다. 처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밟은 2021~2022시즌 초반 집중적으로 골을 몰아치며 울버햄턴으로 완전이적을 조기에 이끌어냈다. 그러나 후반기 1골을 추가하는 데 그쳤고, 새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2022~2023시즌 개막전에서 1도움을 적립하긴 했지만, 주로 스트라이커인 라울 히메네스의 백업 멤버로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디에고 코스타까지 영입돼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측면 경쟁에선 곤살로 게데스, 다니엘 포덴세 등에 밀린 형국이다.

그러나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포르투갈) 입장에선 소속팀에서 황희찬의 부진이 그리 큰 걱정은 아니다. 대표팀에서만큼은 펄펄 날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저돌적 돌파로 상대를 괴롭혔고, 6월 브라질(1도움)~칠레(1골)와 친선경기에선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2-2 무승부로 끝난 23일 코스타리카전에서도 예리한 왼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이날 황희찬의 활약은 골로만 설명할 수 없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출전해 장기인 드리블 돌파를 선보였다. 손흥민(30·토트넘)과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가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다소 부진했던 것과 달랐다. 왼쪽에서 호흡을 맞춘 풀백 김진수(30·전북 현대)는 “(황희찬은) 돌파에 장점이 있는 선수라 (나는) 오버래핑을 잘 올라가지 않았다. 오히려 공간을 많이 만들어주기 위해 안쪽으로 침투하려고 했다”며 황희찬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황희찬.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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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위치에서 뛰어야 하는 울버햄턴과 달리 대표팀에선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었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자신의 장기를 뽐낼 수 있는 임무를 받은 덕분이다. 황희찬은 “어릴 때는 왼쪽 측면을 더 선호했지만, 어디든 괜찮다”며 “많이 돌파하며 수비를 흔들어주면서 동료들이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질 카메룬전에서도 황희찬의 활약에 기대를 걸 만하다. 나아가 EPL에서도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2개월 뒤 월드컵 본선에서 더 힘차게 날개를 펼 수 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