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의 리더십, 주연 아닌 조력자로…‘도움 손’을 지켜보라

손흥민. 스포츠동아DB

축구국가대표팀이 2022카타르월드컵 리허설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대표팀은 코스타리카(23일·고양종합운동장)와 카메룬(27일·서울월드컵경기장)을 상대로 9월 A매치 2연전을 치렀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26명) 선정을 위한 마지막 실전 테스트였다는 점에서 태극전사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물론 그 중심에는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이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답게 그라운드 안팎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대표팀 합류를 앞둔 18일(한국시간) 레스터시티와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홈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그는 코스타리카전에선 환상적 프리킥 동점골로 패색이 짙던 ‘벤투호’를 구했다. 자신의 치명적 실수가 빌미가 된 실점을 만회한 것이기도 했다.

손흥민의 ‘선한 영향력’은 비단 실전 모드에서만 발휘되는 게 아니다. 대표선수들이 소집기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부터 리더답게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동료들을 살뜰히 챙기느라 분주했다.

그라운드에선 대체불가의 에이스지만, 그 바깥에선 주변을 돕는 조력자에 가깝다. 9월 훈련을 시작하며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 이끌고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좋은 리더십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고 자세를 낮춘 그는 “모두가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마음 편히 생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고, 실제로 잘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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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에 처음 뽑혀 모든 게 생소한 막내 양현준(20·강원FC)이 굳은 표정을 풀지 못하자 어깨를 다정히 감싸 안아준 장면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따듯한 격려까지 곁들였다. “어린 선수가 대표팀에 오면 모든 것이 바뀐다. 플레이는 물론 마음가짐이 전부 달라진다. (일희일비하기보다) 매 순간 발전하는 유망한 선수들을 묵묵히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8세였던 2010년 12월 시리아와 평가전으로 첫 A매치를 치렀고, 6월 칠레와 친선경기 출전으로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에 가입한 ‘리빙 레전드’이기에 훨씬 묵직하게 와 닿는 메시지다.

손흥민은 개인통산 3번째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다. 매 대회 득점을 기록했고,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격파하는 기쁨까지 맛본 그는 카타르월드컵에선 16강 진출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에 정점을 찍으려고 한다. 실전에선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로, 뒤에선 특급 도우미로 변신할 손흥민은 ‘가장 완벽한’ 월드컵을 꿈꾸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