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현준. 스포츠동아DB

삼성 김현준.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에 직면했다. 부동의 주전 중견수였던 박해민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중견수는 외야 수비위치를 조율하는 동시에 가장 넓은 범위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그만큼 스피드와 타구판단능력이 중시된다. 박해민은 모든 수비능력치와 더불어 공격력, 주루 센스까지 뛰어났던 선수다. 그의 이적은 분명 삼성에 악재였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삼성은 다양한 시도를 했다. 처음에는 수비력이 뛰어난 김헌곤과 박승규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현재 삼성의 주전 중견수는 프로 2년차 김현준(20)이다.


지난해 13경기에 주로 대수비와 대주자로 나섰던 그는 기회를 받자마자 무섭게 날아다녔다. 27일까지 올 시즌 109경기에서 홈런은 없지만 타율 0.283(329타수 93안타)에 20타점, 출루율 0.372를 올리며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한때 3할대 중반까지 올랐던 타율이 지금은 다소 내려왔지만, 여전히 강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박진만 삼성 감독대행도 “(김)현준이는 삼성의 주축이 돼야 하는 선수”라고 강조한다.


팀 내 중견수들 중 가장 많은 93경기(83선발), 723.1이닝을 소화한 기록도 눈에 띈다. 수비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박해민의 공백을 100% 메웠다고 보긴 어려워도, 최소화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펜스 근처까지 달려가 타구를 걷어내는 호수비가 늘어나는 점은 타구판단능력의 향상과도 궤를 같이한다.


김현준의 빠른 성장은 삼성으로서도 엄청난 수확이다. 젊은 선수가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 육성에 따른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김현준을 지명한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는 소위 말하는 즉시전력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순번이기에 그의 빠른 성장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삼성의 올 시즌 성적은 분명 아쉬움이 남지만, 현재이자 미래의 중견수를 얻은 것은 엄청난 위안거리임에 틀림없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