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황성빈.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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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신인왕 후보 황성빈(25)은 빠른 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번트를 댄 뒤 1루까지 이를 악물고 달려 안타를 만드는가 하면, 짧은 타구에도 한 베이스를 더 뛰거나 홈으로 과감하게 쇄도했다. 롯데 팬들도 악바리 근성에 환호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황성빈은 우리 팀에 없던 유형”이라며 “팀 타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칭찬했다.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실패도 숱하게 겪었다. 그 중 도루실패 부문에선 12개로 리그 최다 1위다. 표본이 많이 쌓인 것은 아니지만, 도루성공 10개와 비교해보면 분명 아쉽다. 그럼에도 13일 사직 SSG 랜더스전에서 데뷔 첫 시즌 두 자릿수 도루를 완성하며 잠재력을 입증했다.

그 대신 한 베이스 더 뛰는 주루로 도루실패를 상쇄했다. 황성빈은 올 시즌 추가진루율 57.9%로 팀 내 1위다. 이 중 1루주자일 때 단타에도 3루까지 뛴 비율만 48.2%에 달한다. 당초 타선에 기동력을 더하고 싶어 한 서튼 감독의 계획에도 가장 잘 맞아떨어진다. 황성빈은 “나경민 주루코치님이 멘토로서 큰 힘이 돼 주신다”고 말했다.

9월 들어선 타격감도 매섭다. 월간 타율은 0.391로 팀 내 1위인데, 시즌 내내 뜨거운 타격감을 보이는 이대호(0.372)와 외국인타자 잭 렉스(0.360)보다 높다. 서튼 감독 역시 이 기간 롯데가 치른 20경기 중 19경기에 황성빈을 출전시켰다. 지난달까지는 포지션(외야수) 중복에 따라 고승민과 출전 비중을 나눈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9월에는 전준우의 1루수 출장 비중이 늘면서 더 많은 기회를 받고 있다.

롯데 황성빈.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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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타율도 이젠 정확히 3할(307타수 92안타)에 달한다. 올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타자들 중에선 유일하다. 2할대 중후반의 경쟁자들과 차이도 제법 크다. 롯데가 시즌 종료까지 6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데뷔 첫 한 시즌 세 자릿수 안타도 가시권이다.

황성빈이 신인왕에 등극한다면 롯데로선 1992년 염종석 이후 30년만이다. 2020년 입단한 뒤 병역의무부터 이행한 황성빈은 올 시즌 1군 무대를 처음 밟았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