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이 있는 가을속으로 한바퀴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2-10-1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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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곱게 물든 밀양 월연대 일원. 쌍경당, 제헌, 월연정을 아울러 ‘밀양 월연대 일원’이라고 부른다. 사진제공|밀양시청

10월 여행지로 딱 좋은 ‘가을 정원’ 6곳

옥천 수생식물학습원 ‘천상의 바람길’ 절경
정선 로미지안가든 내 프라나탑 등 볼거리
안동 봉정사 영산암, 한국 10대 정원 꼽혀
진도 운림산방 아침저녁 안개 구름숲 황홀
밀양 월연정·MMCA 과천 옥상정원도 ‘굿’
시나브로 물들어가는 단풍과 소슬한 바람. 눈과 몸으로 느껴지는 가을의 정취는 여름의 들뜸을 뒤로 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고즈넉함이다. 마침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10월 추천 여행지 테마가 ‘비움과 채움이 있는 가을 정원’이다.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데 호젓한 숲속길 산책과 고운 색감 자랑하는 가을정원 풍광만한 게 없다. 옥천부터 정선, 밀양, 안동, 진도 그리고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까지 가을 정원 투어의 명소 6곳을 정리했다.

옥천 수생식물학습원의 전망대. 대청호 품에 안긴 학습원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옥천 수생식물학습원

2020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가을 비대면 관광지’로 알려졌고, 방송에 소개되면서 옥천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수생식물학습원’이란 딱딱한 공식 명칭보다 ‘천상의 정원’이란 별칭이 매력적이다. 이곳 하이라이트는 ‘천상의 바람길’이다.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걷다보면 불쑥 대청호가 나타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전망대, 수련이 가득한 연못 등을 거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선 로미지안 가든 전경. 탁 트인 시야의 파노라마 전경과 오밀조밀한 숲 산책길을 두루 갖추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정선 로미지안가든

강원도 정선 로미지안가든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직접 가꾼 특별한 정원이다. 랜드마크 가시버시성은 부부의 순우리말인 가시버시에서 따왔다. 베고니아를 1년 내내 감상할 수 있는 ‘베고니아하우스’를 비롯해 ‘프라나탑’과 ‘붉은 자성의 언덕’ 등 제법 볼거리가 다양하다. 금강송산림욕장에서는 전문가의 명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유럽풍 카페와 일식당, 숙소 등 편의시설도 괜찮다. 인근에는 폐기차역으로 지금은 카페로 운영하는 나전역이 있다.

‘한국의 10대 정원’으로 꼽히는 안동 봉정사 영산암의 마당 정원.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안동 봉정사 영산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안동 봉정사의 부속 암자. ‘한국의 10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힌다. 우화루의 작은 문으로 허리를 굽혀 들어가면 옛집과 마당이 어우러진 공간이 나온다. 마당에 소나무와 배롱나무, 맥문동 같은 화초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정원을 이룬다. 3단으로 된 마당 아래쪽에 풀꽃이 있고, 가장 넓은 중간 마당은 바위 위에 솟아오른 소나무를 중심으로 배롱나무와 석등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봉정사를 대표하는 극락전(국보)과 대웅전(국보)도 둘러볼 만하다.

구름처럼 피어나는 안개라는 뜻을 담은 진도 운림산방의 아름다운 가을풍경.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견이 말년에 낙향해 지은 화실이다. 사진제공 | 진도군청



●진도 운림산방

진도 운림산방은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이 말년에 낙향해 지은 화실이다. ‘첩첩산중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는 뜻으로 이름처럼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허련의 삶과 주변의 풍광, 아름다운 남종화까지 가을에 딱 어울리는 공간이다. 소치1·2관에는 허련부터 5대에 이르는 작품과 홀로그램, 미디어 아트 등을 전시하고 있다.

석축 아래에서 올려다 본 월연대. 조선 중종 때 한림학사를 지낸 월연 이태가 낙향해 지은 정자인월연정과 인근 쌍경당, 제헌, 등을 아울러 ‘월연대 일원(명승)’이라 부른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밀양 월연정

조선 중종 때 한림학사를 지낸 월연 이태가 낙향해 지었다. 쌍경당과 그 옆 제헌, 월연정 등을 아울러 ‘월연대 일원’이라 부른다. 먼저 만나는 쌍경당은 ‘강물과 달이 함께 밝은 것이 마치 거울과 같다’는 뜻이다. 옆에는 이태의 맏아들 이원량을 추모하는 제헌이라는 건물이 있다. 쌍경당 옆 계곡의 쌍청교를 건너면 월연정이 나온다. 앞면 5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마루에 앉으면 밀양강이 내다보인다. 보름달이 뜰 때 달빛이 강물에 길게 비치는 모습이 기둥을 닮아 월주경(月柱景)이라고도 부른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원형정원 프로젝트: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전시.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옥상정원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이하 과천관)의 ‘MMCA 과천프로젝트 2022:옥상정원―시간의 정원’ 전시는 가을 나들이에 제격이다. 조호건축(이정훈 건축가)이 과천관 옥상에 디자인한 지름 39m 원형 구조물이다. 정원 밖으로 보이는 주변 자연과 흰색 파이프 어우러짐이 흥미롭다. 출발점인 백남준의 ‘다다익선’은 2018년 이후 복원을 위해 중단했다가 9월 15일부터 재가동했다. ‘시간의 정원’ 가운데 아래층에는 황지해 작가의 ‘원형정원 프로젝트: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주변 산과 들의 식생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우리 땅 곳곳의 생태를 옮겨 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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