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고 아름답던 베트남과 5년 동행…박항서, 이별조차 제자들을 생각했다

입력 2022-10-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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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63)이 베트남축구와 5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는다.

베트남축구협회(VFF)와 박 감독은 17일 내년 1월 31일 만료될 베트남축구대표팀 사령탑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박 감독은 12월 20일 개막할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미쓰비시컵)까지만 베트남대표팀을 지휘한다.

박 감독은 “내 인생에 영원히 기억될 5년이었다. 모두의 무한 지지를 받으며 오랜 기간 내 임무를 잘 마무리하게 됐다”고 고별 메시지를 전했다. VFF도 “(박항서 감독의) 뛰어난 업적과 헌신은 베트남축구가 더 높은 목표를 향하는 큰 동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쉼 없이 달렸지만 후회 없는 시간이었다. 2017년 10월 베트남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동시에 이끌게 된 박 감독은 각급 무대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A대표팀을 2018년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 정상으로 이끌었고, 이듬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 올랐다. 특히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큰 관심을 모으는 스즈키컵 우승은 10년만이라 큰 환영을 받았다.

이뿐이 아니었다. ‘베트남 돌풍’은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까지 이어졌다. 사상 최초로 최종예선에 올라 중국을 3-1로 꺾었고, 일본과는 1-1로 비겼다. ‘박항서 체제’에서 베트남은 2019년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권에 처음 진입해 현재(96위)까지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동남아 국가가 3년 가까이 100위권을 유지하는 것은 베트남이 유일하다.

박 감독은 지난해부터 A대표팀에 전념해왔지만 U-23 대표팀에서 족적도 깊었다. 부임 첫 무대였던 2018 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같은 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선 최초의 4강 진출을 일궜다. 동남아시안게임(SEA게임)에선 2019년과 2021년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베트남축구의 선전이 거듭되고 국민적 사랑이 커질수록 박 감독의 고민도 커졌다. 특히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굳이 찾자면 월드컵 본선 진출인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다. 결국 문제는 이별의 시점이었다.

2019년 11월 연장 계약에 따르면 다음달 말까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하나, 이미 오래 전부터 거취를 고심해온 박 감독은 금세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이는 미쓰비시컵을 앞둔 선수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베트남 A대표팀은 11월 말 자국에서 훈련을 시작하는데, 이 때 사령탑 거취 문제가 불거지면 팀이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모든 것을 털어내고,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는 것이 박 감독의 의지다. 앞으론 보기 어려울 ‘베트남 박항서호’의 ‘라스트 댄스’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박 감독은 대회 후 귀국해 충분한 쉬며 다음 행보를 심사숙고할 계획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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