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부른 U-22 의무출전…‘강제출전’으로 실력이 늘까? [남장현의 피버피치]

입력 2022-10-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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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K리그에는 독특한 룰이 참 많다. 기발한 아이디어도 있지만, 간혹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내용 또한 적지 않다. ‘22세 이하(U-22) 선수 의무출전’이 후자의 대표적 사례다.
U-22 의무출전은 전 세계에 유례없는, K리그에만 존재하는 제도다. 2013년 U-23 의무출전에서 비롯된 이 제도의 골자는 ▲U-22 선수 1명이 의무적으로 선발출전하고 ▲최소 2명 이상 경기엔트리(18명)에 포함돼야 하며 ▲이를 어기면 교체 제한 등 페널티를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순기능이 없지는 않았다. 출전시간이 확보되면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얼마간 향상되는 결과를 불러왔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조건 기회가 주어지면서 선수단 내의 건강한 긴장이 사라지고 발전속도마저 줄었다.

요즘 연령별 대표팀들의 국제대회 성적만 봐도 상황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많은 어린 선수들이 ‘분에 넘치는’ 기회를 받고 있음에도 대부분 실력은 기대이하다. 당장 라이벌 일본과 전력차도 크게 벌어졌다.

이제는 다른 시선으로 봐야 할 때가 온 듯하다. 특히 누군가의 무혈입성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최고의 활약을 보여줄 선수들이 더 많이 출전해야 더 나은 팬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데, K리그는 굳이 반대의 길을 걷는다.

실력이 부족한 2명이 U-22에 해당된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경기엔트리에 들고, 1명이 의무적으로 선발출전하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런저런 꼼수마저 잔뜩 늘었다. 2명을 동시에 투입한 뒤 10분여 만에 모두 교체하는 등 취지에 걸맞지 않은 흐름이 2022시즌에도 지속됐다. 솔직히 실력 대신 나이로 ‘의무적 기회’를 얻은 이들이 23세 이후에도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K리그는 내년부터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를 ‘5(국적 무제한)+1(아시아 국적)’로 확대하면서 정규리그 경기 동시출전은 최대 3+1로 묶었다. 이 와중에도 U-22 의무출전 규정은 그대로다. 외인 6명과 골키퍼 2명, U-22 선수 2명을 빼면 23세 이상 국내선수는 8명만 경기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는 해괴한 구조다. 이게 차별이 아니면 무엇인가.

요즘 시대의 화두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로움’이다. 이를 무시하면서까지 어린 선수들을 강제로 출전시킬 이유는 없다. 꾸준한 경험 축적과 실력 향상이 필요하다면 1군 대신 K4리그에 속한 프로 B팀이나 R리그에서 뛰게 하면 된다. 새삼 강조하지만 K리그는 프로무대다. 지금부터라도 기회 제공의 장이 아닌 실력 검증의 무대로 바뀌어야 한다. 엉뚱한 곳에서 국제경쟁력을 찾을 필요는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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