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가족’ 김슬기 “유쾌함 대신 과묵함, 낯설다? 나와 닮아” [인터뷰]

입력 2022-11-0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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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사랑 받아온 배우 김슬기는 영화 ‘고속도로 가족’을 통해 “대중에게는 낯선 과묵한 인물”을 소화했다. 그는 “오히려 실제와 가장 닮은 모습”이라며 고 수줍게 웃었다. 사진제공|눈컴퍼니

영화 ‘고속도로 가족’서 새로운 얼굴 선보인 김슬기

나와 비슷한 캐릭터 편하게 찍어
모성애, 조카떠올리며 연기했죠
배우 정일우(35)와 김슬기(31)가 영화 ‘고속도로 가족’(감독 이상문·영화사 설렘, 고고스튜디오)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인다. 상처를 가지고 있는 두 가족이 만나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진지하게 담은 영화에서 두 사람은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전하며 노숙생활을 하는 부부를 연기했다. 웃음기를 거두고 어쩔 수 없이 유랑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애달픈 인생을 그려냈다. 정일우는 끔찍이 사랑하는 두 아이를 앞세워 구걸하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어떻게 해서든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고 돌이켰다.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되새기며 연기했다. 김슬기는 “삶의 끝에 내몰린 부부”를 주인공을 내세우지만 “결국 희망”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말했다. 정일우와 김슬기는 “허지웅 작가님의 ‘최소한의 이웃’이라는 책을 봤는데 그 책 제목이 우리 영화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영화를 통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최소한의 이웃’이 되어줘야 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슬기
극중 김슬기가 연기한 지숙은 그가 지금까지 연기했던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 가장 과묵한 인물이다. 대사보다는 표정이나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들과 전혀 다른, “오히려 진짜 내 모습과 가장 많이 닮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저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있지만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니 마음이 정말 편했어요. 과장할 필요 없이 그냥 그 작품 안에서 존재하려고 했어요.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친한 친구가 ‘너 편하게 찍었겠더라. 완전 네 모습이더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절절한 모성애를 가진 역할도 처음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했을 뿐만 아니라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얼굴 때문에 사실 관객이 엄마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섰다.

“조카를 떠올리면서 연기했어요. 조카가 생기고 나서 이 영화를 맡게 된 건 제게 큰 행운이에요. 아이와 엄마를 생각하는 제 마음도 많이 달라졌거든요. ‘엄마 연기를 잘한 것 같더라’라는 관객 칭찬을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특히 “낯선 얼굴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는 그는 이런 캐릭터를 맡겨준 이상문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시나리오를 받은 후 “나에게 들어온 역할이 맞나” 싶어 재차 확인했던 때를 떠올릴 정도다.

“감독님께서 ‘달의 뒷면과 같은 저의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셨대요. 예전에 코믹 연기에 특화한 배우를 만났는데 그분의 실제 모습이 전혀 달랐대요. 그분의 모습을 저에게도 봤다고 말씀해주셨죠.”

김슬기는 2011년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를 통해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20대 중반까지 그를 개그우먼으로 아는 사람도 많았다. 이후에는 코미디 작품에 자주 출연하며 “희극 전문 배우”처럼 알려졌지만 “희극이든 정극이든 구애 받지 않고 비워내 채워가며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이다.

“예전에는 방송에서 보여드렸던 코믹한 제 모습 때문에 진짜 제가 그런 재미있는 사람이길 바라는 분들이 많았어요. 진짜 저를 잃어버리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배우 김슬기와 사람 김슬기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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