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이태원 참사 1㎡ 당 16명…“완전 압박, 1cm도 못 움직여”

입력 2022-11-04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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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규환이었어요. 진짜. 그냥 지옥이었어요. 지옥…. 사람들한테 껴있어서 진짜 1센치도 못 움직이고 있는데 완전 압박이 돼서 숨을 못 쉬는 거예요. 이대로 죽겠구나, 진짜로….” - 이태원 참사 생존자 인터뷰 中 -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난달 29일 밤 10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를 조명한다.

당시 이태원 일대에는 핼러윈 축제가 한창이었다. 엄청난 인파로 앞뒤가 막힌 이태원 H 호텔 부근 골목길에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면서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골목 안 참사 현장에서 정신을 잃었던 생존자 우현(가명, 32세) 씨는 극적으로 구조되어 살아남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날 함께 있었던 친구 중 한명은 세상을 떠났다.

그 날의 압사 사고로 무려 156명이 사망하고, 173명이 부상을 입었다. 희생자들 대부분은 우현 씨 일행처럼 그저 이태원 축제를 즐기러 갔던 20~30대 젊은이들이다. 불가항력인 천재지변도, 화재나 붕괴, 교통사고와 같은 재난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많은 생명이 동시에 목숨을 잃어야했을까.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지난 일주일간 생존자와 부상자, 목격자 등 45명의 제보자들과 직접 만났다. 이들의 증언과 수백 개의 제보 영상을 근거로 그날의 상황을 분석했다. 우선 사고 현장을 11개의 단위 면적으로 세분하여 사고가 발생할 무렵 어디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는지, 인파의 흐름은 어땠는지 자세히 살펴봤다.

현장 주변이 담긴 영상들을 종합해 본 결과, 특정 위치에서 인위적으로 밀거나 힘을 가한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 속의 사람들은 무언가에 떠밀리듯 움직이고 있었다. 전문가는 이를 ‘크라우드 서지(Crowd Surge)’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군중밀도가 1㎡ 당 9명 이상이 되면, 목표한 대로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의지와 상관없이 군중의 흐름에 쏠려 다니게 되는 ‘군중파도(Crowd Surge)’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상태가 되면 사람들은 패닉에 빠지게 되고, 누군가에게 밀침을 당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데, 참사 당일 참사 현장의 군중밀도를 과학적으로 계산해본 결과 1㎡ 당 16명이었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서울시와 지자체 등 행정부처의 안일했던 핼러윈 준비에 대해 질책이 쏟아졌다. 행안부 장관을 비롯해, 곧바로 책임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최고 책임자들의 태도에도 비판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경찰은 이번 참사에 있어 사람들을 실망을 안겼다.

안일했던 인력 배치, 112신고의 부실 대응, 현장 경찰에게 책임 전가, 그리고 참사 후 민간 사찰까지 연일 경찰의 문제가 알려졌다. 무엇보다 참사 당일 축제 인파와 관련된 위험 신고 전화를 11건이나 받았지만, 계속된 신고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경찰. 취재결과, 참사 전날인 28일에도 인파에 밀려 넘어진 사람이 여럿 있다는 신고가 112와 119에 접수되었던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경찰이 참사의 전조 현상을 맞이하고도 조치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수십 명의 증언과 수백 개의 제보영상을 통해 무엇이 이런 비극을 일어나게 했는지 차분히 들여다보는 한편, 이번 참사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5일 밤 11시 10분 SBS에서 방송.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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