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아들로 살았지만, 이제 내 이름으로” 키움 이정후, 5년 만에 신인왕에서 MVP로!

입력 2022-11-17 16: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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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 참석한 키움 이정후가 MVP를 수상한 후 트로피에 키스를 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4)가 17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 기자단 투표에서 총 107표 중 104표를 받아 이대호(롯데 자이언츠·2표), 안우진(키움·1표)을 제쳤다.

이정후는 올 시즌 142경기(선발 138경기)에서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 23홈런, 11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타율, 타점, 안타, 출루율, 장타율 등 5개 부문 1위를 휩쓸었다. KBO 시상 기록 기준으로 타자 5개 부문 이상 석권은 2010년 이대호 이후 12년만이다. 당시 이대호는 타율, 안타, 홈런,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 등 7개 부문을 독차지했다.

이정후는 타격 5개 부문 상을 잇달아 수상한 뒤 “개인적으로는 2연속시즌 타격왕을 받는 것이 목표였다. 너무도 뛰어난 동료들 덕분에 4개 부문 타이틀을 더 가져올 수 있었다”며 “내년에도 3연속시즌 타격왕이 될 수 있게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 참석한 키움 이정후가 타율상, 장타율상, 출루율상, 타점상, 안타상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모두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기에는 트로피가 너무 많았다. 이정후는 ‘가장 애착이 가는 트로피가 있느냐’는 질문에 “타율과 타점이다. 타율을 꼽은 것은 지난해 (타율상을) 받고 난 뒤 놓치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다. 타점은 중심타자로서 역할을 잘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꼽았다”고 밝혔다.

‘부자 타격 5관왕’이 완성됐다. 아버지인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는 해태 타이거즈 시절이던 1994년 타율, 안타, 득점, 도루, 출루율 등 5개 부문 1위를 차지했는데, 당시 KBO 시상 기록 기준에서 득점이 제외돼 공식적으로는 4관왕이었지만 5관왕과 다름없었다. 이 코치는 그해 정규시즌 MVP까지 휩쓸었다.

‘세계 최초 부자 MVP’다. 이정후는 “5년 전 이 곳에 신인상을 받으러 왔을 때 MVP를 수상하는 선배들을 보며 ‘언젠가 저 상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받게 돼 영광이다”며 “빠른 시간 안에 MVP까지 타게 돼 좋다. 아버지부터 내가 MVP를 수상하기까지 옆에서 항상 묵묵히 지켜봐주신 우리 어머니께 감사하다. MVP를 타 자그마한 효도라도 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 참석한 키움 이정후가 타율상, 장타율상, 출루율상, 타점상, 안타상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정후 가족에게도 남다른 수상이다. 이정후는 “항상 아버지 아들로 살아왔다.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내 야구인생은 내 이름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정연희 씨는 “남편이 현역일 땐 (이)정후가 야구하면서 고생했고, 정후가 야구하면서는 남편이 마음고생이 많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매부가 될 고우석(LG 트윈스)은 “선수다 보니 아직은 정후를 상대로 승부욕이 앞서지만, MVP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키움 팬 앞에서 MVP보다 더 큰 목표를 다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뜻 깊은 시즌을 치른 것은 맞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며 “사실 우리 선수들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시즌에 들어갔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끝냈다. 팬들에게 ‘내년에도 우리와 함께 가주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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