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정취 물씬, 어느새 힐링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2-11-18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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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510m에 있는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 길이 54m로 2006년 재시공했다. 영암여행의 인증샷 필수코스다 120m 높이의 계곡 사이에 놓인 다리 위에 서면 근육질의 월출산 바위 능선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영암|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가을 끝자락 떠나기 좋은 전남 영암

그림같은 비경 품은 ‘월출산’ 매력
호남의 3대 명촌 ‘구림전통마을’도
‘하정웅미술관’ 세계적 작품 볼거리
기찬랜드의 ‘트로트 역사관’도 명소
여행지로서 전남 영암은 일단 멀다. 남도 끝 목포와 해남 사이에 있는 이 곳까지 서울서 차로 가려면 350km, 최소 4시간 반이 넘게 걸린다. 하지만 영암은 여행자에게 이런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내할만한 매력을 지녔다. 영암여행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월출산이 있고, 백제 왕인박사의 자취가 남아 있는 2000여년 역사의 구림마을이 있다. 우리 전통음악을 좋아한다면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인 김창조 선생과 한국 가요사의 대표 엔터테이너인 하춘화의 발자취도 만날 수 있다.


●저무는 늦가을의 마지막 자취


월출산은 영암 어디서나 거대한 병풍처럼 눈앞에 우뚝 선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달이 뜨는 산’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을 가진 이 산을 마주하면 ‘월출산을 가야 영암을 제대로 여행하는 것이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해발 809m. 1000m도 안되지만 웅장한 위엄과 우아한 자태가 함께 해 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만든다. 동양화의 한 자락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굽이치는 깊은 계곡과 바위가 엘프나 호빗이 등장하는 환타지 영화의 장면 같기도 하다.

198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은 근육질의 암벽 능선과 기암절벽이 산 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등산객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높이에 비해 등산 난이도가 높기로 ‘악명’ 높은 곳이기도 하다. 3∼4시간 정도 소요되는 809m 천황봉이 부담스럽다면 해발 510m 구름다리까지만 가는 방법도 있다. 구름다리로 가는 산행은 보통 천황사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등산로 초입에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담한 사찰 천황사가 있다.

정상 등정을 생략한 약식 코스지만 이 길도 1시간30분 가까이 가파른 암벽 비탈길과 철제 사다리를 올라가야 한다. 구름다리에 다다르면 산 아래 펼쳐진 영암군과 바위 능선에 머물고 있는 늦가을의 정취가 방문객을 맞는다.

월출산 자락에 위치한 도갑사는 신라 말 도선국사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조용히 경내를 거닐며 늦가을 초겨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입구의 해탈문은 1962년 국보로 지정됐다. 조선 성종 4년(1473년)에 지어졌는데 건축양식이 무척 독특하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구림마을이 배출한 백제 학자 왕인이 일본으로 갈 때 출발지였던 상대포. 예전에는 국제무역항이었으나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인해 작은 저수지로 변했다. 하정웅미술관은 영암 출신 재일교포가 기증한 직품을 중심으로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를 한다. 국화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월출산 기찬랜드. 영암|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왕인박사 발자취 담긴 마을

2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구림전통마을은 전남 나주시 금안동, 전북 정읍시 무성리와 함께 호남 3대 명촌으로 꼽히는 곳이다. 인접한 영산강 물줄기 따라 바닷길이 열려 예전부터 고대 중국과 일본의 교역로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 구림마을을 찾으면 400년 넘게 보존된 고색창연한 종택과 고택, 아담한 각종 누각과 정자들로 가득하다.

구림마을이 배출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백제 학자로 일본에 한문과 백제문화를 전한 왕인 박사가 있다. 마을 입구에는 그 당시 일본으로 가는 출발지였던 상대포가 남아있다. 삼국시대에는 국제무역항이었으나 현재는 간척사업으로 인해 작은 규모의 저수지로 변했다.

마을과 작은 실개천을 사이에 둔 맞은편에는 군립 하정웅미술관이 있다. 이 고장 출신 재일교포 하정웅씨가 기증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지역 화가를 소개하는 기획전시와 함께 소장품 중심의 상설전시를 하는데, 전시 작품 중에는 호안 미로, 루오, 달리, 샤갈, 벤 샨 등 깜짝 놀랄 작가들의 작품도 눈에 띤다.


●트로트부터 가야금 산조까지

월출산과 맞닿은 영암군에는 계곡의 청정 자연수와 맥반석을 활용한 관광명소 기찬랜드가 있다. 기찬랜드의 수원은 천황봉에서 발원하여 맥반석으로 이루어진 계곡을 따라 사방댐에 담수한 천연수를 사용한다. 여름철에는 계곡물을 막아 운영하는 천연풀장이 명물이다.

기찬랜드의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국내 유일 트로트 음악 부흥을 위해 국내 최초로 개관했다. 역사관, 명예의 전당, 추억의 명소. 영암의 출신 가수 하춘화의 60년 음악 활동을 담은 각종 자료가 있는 전시관 등으로 구성했다. 역시 기찬랜드 내에 있는 가야금 산조 테마 공원은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인 김창조 선생을 기념하는 곳이다.

영암|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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