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시간이 무려 24분?…‘침대축구’ 철퇴 신호탄 되나 [월드컵 스토리]

입력 2022-11-22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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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더 이상 침대축구는 없다.’


축구경기의 정규시간은 전·후반 45분씩 총 90분이다. 여기에 비디오판독(VAR)과 부상치료 등의 이유로 추가시간이 주어지는데, 경기가 중단됐던 시간이 모두 반영되진 않는다. 이에 따라 고의적으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선제골을 뽑은 뒤 툭하면 그라운드에 누워 시간을 지연시키던 중동국가들 특유의 ‘침대축구’는 기술 외적인 변수로 작용하곤 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2022카타르월드컵에선 더 이상 침대축구가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당초에는 중동국가인 카타르에서 대회가 개최되는 만큼 카타르를 비롯해 같은 지역의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판정에 이득을 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개막 직후부터 지연된 시간이 그대로 추가시간에 반영되고 있어 침대축구라는 전략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대표적 경기는 21일(한국시간) 잉글랜드-이란전이다. 잉글랜드의 6-2 승리로 끝난 이날 경기는 전반전에만 이란 골키퍼의 부상치료 등으로 인해 무려 14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후반전에도 VAR과 선수교체, 5골에 따른 세리머니 등으로 지연됐던 10분이 모두 추가시간에 반영됐다. 전·후반을 통틀어 무려 24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지면서 경기 시간은 114분까지 불어났다. 전·후반 15분씩 총 30분이 주어지는 연장전까지 소화한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뿐만이 아니다. 22일 오전까지 벌어진 4경기 모두 전·후반 통틀어 10분 이상의 추가시간이 주어져 경기시간 100분을 넘겼다. 21일 카타르-에콰도르의 개막전에서도 전·후반 각각 6분씩 총 12분의 추가시간이 발생했다. 22일 네덜란드-세네갈전은 전반전 추가시간이 3분에 불과했지만, 후반전 추가시간은 8분에 달했다. 이 경기에 이어 벌어진 미국-웨일스전에서도 후반전 추가시간이 무려 9분이었다. 전반전의 4분을 더해 총 13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주심의 재량이 아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FIFA는 6월 워크숍에서 “추가시간을 엄격하고 현실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의로 시간을 끄는 행위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 FIFA 심판위원장인 피에를루이지 콜리나(이탈리아)도 추가시간을 확실하게 적용하겠다는 의사를 감추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번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가 침대축구의 원산지인 중동국가이기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FIFA의 이번 조치로 침대축구가 자취를 감추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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