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우루과이전, 김진수가 뛴다!…벤투호, 날개 폈다 [In 카타르]

입력 2022-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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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한때 ‘비운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을 무려 2차례나 건너뛰었다. 모두 예기치 못한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대회에 한국축구 최고의 왼쪽 풀백 김진수(30·전북 현대)는 초대받지 못했다.

시간이 흘렀다. 오뚝이처럼 일어선 그는 이제 2022카타르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있다.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릴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H조 1차전은 그가 꿈에 그렸던, 평생을 기다려온 무대다.

사실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다. K리그1(1부)부터 FA컵까지 유난히 혹독했던 2022시즌을 보낸 그는 대표팀 합류 전부터 햄스트링 이상을 느꼈다. 상태가 심각하진 않았으나 추이를 예측할 수 없었다. 햄스트링은 굉장히 예민한 부위로,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면 금세 재발하는 경우가 잦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회복에 전념했던 이유다.

그래도 축구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은 끝까지 기다려줬다. 최종 엔트리(26명)에 승선시킨 뒤에도 김진수가 최대한 편안히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배려했고, 대표팀 의무진도 혼신을 다했다.

그렇게 김진수가 돌아왔다. 월드컵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사이트에서 진행된 강도 높은 팀 훈련을 100% 소화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대표팀의 전술 핵심은 측면에 있다. 수비는 기본이고, 공격에 전념할 상대의 볼을 빼앗은 뒤 공간을 파고들어 찬스를 만드는 과정을 중시한다. 좌우 풀백들의 과감하고 빠른 오버래핑, 날카롭고 정확한 크로스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김진수(왼쪽), 손흥민.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하지만 대표팀 풀백의 임무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벤투 감독은 측면에서만 강한 풀백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공격 2선에 배치될 윙 포워드가 전진할 때 풀백들은 사전 약속된 대각선 움직임을 통해 미드필드 진영 한복판까지 이동하도록 주문한다. 자연스럽게 상대 수비진에 혼란을 주고, 그만큼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다. 전북에서도 이런 플레이를 꾸준히 경험한 김진수는 ‘벤투호’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김진수는 대표팀 동료들과 21일 실전 피치를 직접 밟는 기회를 얻었을 때 일행과 조금은 거리를 둔 채 자신만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상기된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그만의 ‘루틴’이다.

아픈 과거와 시간을 되돌릴 순 없으나 그만큼 더 성장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김진수는 “월드컵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살짝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마도 눈물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항상 감정에 충실한 김진수다. 과거 전북에서 큰 부상을 털어내고 복귀전을 치렀을 때도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힘차게 밟았다.

몸도, 마음도 모두 준비됐다. ‘벤투호’와 꾸준히 함께 하며 누구보다 팀 철학을 잘 이해하는 김진수는 우루과이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려고 한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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