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에 셔틀은 있지만…시간은 보장 못해요 [남장현의 알릴라]

입력 2022-11-29 0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국토 면적이 작은 카타르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서는 8개의 경기장과 메인미디어센터, 숙소 등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그러나 운행시간과 동선이 일정하지 않는 등의 문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알릴라’는 아랍어로 ‘여행’을 뜻합니다!

2022카타르월드컵은 운영 시스템이 독특합니다. 8년 전 브라질에서도, 또 4년 전 러시아에서도 볼 수 없었던 대회 메인미디어센터(MMC)가 다시 등장했거든요. 2002한·일월드컵 이후 처음이라네요. 우리 대표팀이 대회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이 위치한 알라이얀의 카타르국립컨벤션센터(QNCC)에 마련된 이 곳은 전 세계에서 날아온 수천 개 미디어의 허브 역할을 합니다.

국토 면적이 작은 카타르의 수도 도하와 인근의 4개 위성도시(알라이얀, 루사일, 알와크라, 알코르)에 마련된 8개 경기장에서 월드컵 64경기가 전부 펼쳐지기 때문인데, 최대한 효율적 운영을 위해 셔틀버스가 제공됐습니다.

셔틀 루트는 크게 2가지입니다. 숙소 포인트~MMC, MMC~각 경기장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반드시 언론에 훈련 일부(15분)를 공개하는 경기 전날에는 MMC~각 훈련장을 잇는 노선도 마련됩니다. 따라서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복귀하려면 일종의 경유지라 할 수 있는 MMC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이 여정은 생각보다 아주 고달픕니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10시 킥오프되는 경기를 관전한 낯선 이들이 좁은 좌석에 붙어 앉아 서로의 체취를 맡으며 오랜 시간을 달려가다 보면 피로가 더 쌓이곤 합니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특히 MMC에서 가장 먼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 노선은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정해진 시간표는 있는데 버스 수용인원이 차면 무조건 출발하니 무의미하고, 최소 1시간 반은 기본에 최대 3시간 넘게 감수해야 하죠. 그나마 좌석이 부족하면 온몸을 구겨 넣은 채 입석도 감내해야 하는데, 현지의 교통체증이 말이 아니거든요. 올림픽과 같은 대회 전용도로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황당한 일은 또 있습니다. 월드컵이 공식 개막한 지 벌써 일주일 넘게 흘렀지만, 셔틀 운전자들은 길을 찾는 데 여전히 애를 먹곤 합니다. 경기장 근처까지는 무난히 이동해놓고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을 돌다가 결국 수㎞ 떨어진 곳에 취재진을 내려놓기도 했고요. 참다못한 다국적 기자들이 직접 휴대폰 지도를 들고 운전기사 곁에 앉아 친절히(?) 길을 알려주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나마 안전하고 확실한 운송수단이 보장된 미디어는 훨씬 나은 편입니다. 카타르는 대회 기간 전 세계 팬들에게 도심 주요 포인트를 잇는 셔틀버스, 메트로(지하철), 도심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게 했으나 정작 일부 경기장에선 무용지물입니다. 메트로 역에서 경기장이 한참 떨어져 있는 데다, 경기 당일에는 곳곳이 통제돼 우버 등 서비스 콜마저 이용할 수 없거든요. 그럼에도 매 경기 많은 관중이 찾고 있으니 참 신기할 뿐입니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