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한국기원
한국기원은 12일 성명서를 통해 “재단법인 한국기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바둑기관으로 소속 408명의 전문기사 및 임직원 일동과 함께 명지대학교의 바둑학과 폐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원은 세계적으로 바둑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바둑학과가 폐지된다면 국내 바둑계의 손실은 물론이고, 바둑학을 선도해 온 명지대학교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며 “바둑학과 출신 젊은이들은 바둑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 진출해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는 일등 자원”이라고 했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현재 사무국 직원뿐만 아니라 프로기사 중에서도 바둑학과 출신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현 기사회장인 한종진 9단을 비롯해 양건 9단, 홍민표 9단, 송혜령 3단 등이 바둑학과 출신이다.
한국기원은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명지대 내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바둑학과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국내외 여론을 다시 한 번 잘 헤아려 주시기를 바란다”며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바둑학과인 명지대 바둑학과의 폐지 재고를 호소했다.
앞서 7일에는 대한바둑협회도 서효석 회장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내고 명지대가 밝힌 바둑학과 폐과의 이유에 대해 반박했다.
명지전문대와의 통합을 추진 중인 명지대는 최근 관련 공청회를 열고 학사구조 개편 최종(안)으로 바둑학과의 폐지를 밝혔다. 폐지의 이유로는 바둑이 사양산업이며, 한국바둑고등학교에서 바둑학과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제시하며 바둑학과가 통합 명지대의 특성화 방향과 부합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바둑학과 폐지를 막기 위한 바둑계의 움직임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프로기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바둑협회, 한국여성바둑연맹, 대학바둑연맹 소속 바둑동아리(서울대학교 외 10개 대학)들은 바둑학과 폐지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명지대 측에 전달했다. 바둑학과 폐지 반대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해외 언론들도 명지대 바둑학과 폐지 반대와 관련한 국내 바둑계의 움직임을 보도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건교대학 순더창 교수를 비롯해 독일, 캐나다, 미국, 스페인 등 15개국에서 바둑학과 폐지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9일 명지대는 제5차 통합추진위원회를 열고 바둑학과 폐지를 골자로 하는 명지대·명지전문대 통합안을 통과시켰으나 향후 정식 폐지까지는 순탄치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