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세영의 어쩌다: ‘이따금 어째서 왜?’로 시작된 이슈 뒤집어 보기. 전체 맥락, 행간을 짚어내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담아내는 코너.
쓸데없는 ‘멜로 빌드업’이 문제다. 승계 작업 교통정리만큼 ‘멜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연출 정대윤 김상호 극본 김태희 장은재)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 분)가 재벌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송중기 분)으로 회귀해 인생 2회 차를 사는 판타지 회귀물이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전체 맥락은 원작을 따르지만, 극을 채우는 일련의 사건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덕분에 극적 몰입감은 높아지고 시청률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6.1%(1회)로 시작한 ‘재벌집 막내아들’은 11회 시청률 21.1%를 기록했다. 이는 자체 최고시청률인 동시에 JTBC 드라마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닐슨 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구가구 기준) 현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SKY 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이 기록한 시청률 23.8%(20회)를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잘 나가는 와중에 걸림돌이 생겼다. 쓸데없는 진도준, 서민영(신현빈 분) 멜로 서사다. 극 몰입을 방해된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여러 사건을 유기적으로 담아내 보여주기도 바쁜데, 굳이 두 사람 멜로에 분량을 할애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두 사람 멜로 서사가 가장 많이 담긴 지난 9회 차에서는 시청률 17%를 기록했다. 20%를 목전에 두던 8회(19.4%)보다 2.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로 인해 서민영 캐릭터를 향한 시청자 불신과 불만의 더욱 커졌다.
그런데도 제작진은 서민영 캐릭터를 놓지 않는다. 그 이유도 존재한다. 서민영이라는 인물이 존재하는 상징성 때문이다. ‘순양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검 반부패수사부 검사 서민영은 작품이 전달하고 싶은 사법적 정의다. 재벌 손에 놀아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최후의 보루 같은 힘의 균형이 될 인물로 서민영 캐릭터가 필요하다. 다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문제다. 진양철(이성민 분)에 맞서는 진도준이라는 인물에 멜로라는 진부한 서사를 이입하면서 캐릭터가 가진 상징성은 무너지고 있다.
이제 제작진이 택할 시점이다. 쓸데없는 멜로에 분량을 더 할애할지 아니면, 작품을 이끄는 최대 주역인 진양철(이성민 분) 인물 서사에 집중할지를. 이미 진양철 등장 여부에 따라 시청률은 요동친다. ‘재벌집 막내아들’ 속 멜로가 궁금한 시청자가 몇이나 될까. 눈치 빠른 제작진이면 분량 할애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것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