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2 뉴트리데이 일구상 시상식‘에 참석한 류선규 SSG 랜더스 단장이 프런트상을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2 뉴트리데이 일구상 시상식‘에 참석한 류선규 SSG 랜더스 단장이 프런트상을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시즌을 끝내자마자 짊어진 부담이 만만치 않다.

2022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의 대성과를 달성한 SSG 랜더스가 의문의 비시즌 행보를 보였다. 우승의 여운이 채 가기도 전에 류선규 단장과 이별했다. 류 단장은 12일 SSG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비선수 출신의 류 단장은 지난해 2월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면서 랜더스의 초대 단장을 맡았다. 공격적 구단 운영으로 여러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타자 추신수를 팀에 합류시킨 데 이어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 등 주축선수들을 비 프리에이전트(FA) 다년계약으로 눌러 앉혔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2년을 보낸 SK 시절의 에이스 김광현을 2022시즌에 앞서 4년 151억 원에 복귀시켰다.

이처럼 단기간에 전력이 급상승한 덕분에 SSG는 2022시즌 ‘극강’의 면모를 보이며 KBO리그를 제패했다.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로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키움 히어로즈를 4승2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2010년 이후 무려 12년만의 통합우승이었다.

눈부신 성과를 남겼지만, 류 단장은 더 이상 SSG 프런트의 수장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됐다. 2022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 그는 조용히 물러났다. 이제 SSG의 제2대 단장은 통합우승의 성과를 만든 전임 단장을 대신해 프런트를 이끌어야 한다. 새 시즌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

우승팀만큼이나 부담이 큰 구단은 또 있다. 올해 페넌트레이스를 2위로 마쳤지만, 플레이오프(PO)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업셋’을 당하고는 씁쓸하게 시즌을 끝낸 LG 트윈스다.

LG 염경엽 감독. 사진제공 | LG 트윈스

LG 염경엽 감독. 사진제공 | LG 트윈스


LG는 포스트시즌(PS) 종료 후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무성한 하마평 속에 구단 고위층의 직접 선택을 통해 염경엽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다. 염 감독은 11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KBO 인기구단인 LG 감독에 선임돼 영광스럽다. 공격적인 야구를 바탕으로 잘 준비해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막 지휘봉을 잡은 사령탑이 취임식부터 우승을 목표로 내세우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러나 구단 역대 최다승으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치고도 사령탑이 재계약에 실패했으니, 염 감독으로서도 앞뒤 잴 필요 없이 무조건 “고”를 외칠 수밖에는 없었을 듯하다. 염 감독과 LG의 2023시즌 목표는 오로지 우승뿐이어야 한다.

결국 SSG와 LG 모두 2023시즌 우승을 차지해야만 ‘본전’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적지 않은 부담감 속에 새로운 출발선에 서야 한다. SSG 프런트, LG 현장의 수장에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 절실할 수밖에 없을 2023시즌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